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
과연 우리에게 처벌은 무엇인가? 처벌을 강력하게 해달라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한 처벌의 양태를 그리고 있을까? 한 형법학자는 처벌에 대한 단상을 매우 상징적으로 "모두가 TV를 보는 세상에서 TV를 볼 수 없는 것"을 처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유의 박탈을 매우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형법학자의 처벌 비유는 국민의 법감정과 거리가 상당하다. 사회적 질서를 교란한 주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말아 달라고 하고, 5~6년이 아닌 10~20년을, 보호처분을 받았던 청소년에겐 어른들의 형사처벌과 같은 처벌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사람들은 처벌이 엄격해야 효과 있다는 잘못된 신화를 지적하는 전문가의 조언에 귀를 닫는다.
그리고 축구장 크기의 18배 크기의 캠퍼스 대지에 식료품점과 도서관, 놀이터를 갖춘 덴마크와 같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교도소에서 긴 형량을 보내는 것에도 반대한다. 처벌을 받는 그 교도소가 내가 사는 사회의 질보다 좋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처벌에는 생활의 질에서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죄형법정주의는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의 법률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형법상의 형벌은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과료 몰수의 유형을 갖는다. 사형은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이기에 생명형이고, 징역 금고 구류는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큰 틀에서 자유형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우리가 통상 말하는 강력한 처벌은 이 자유형을 공격한다. 자유를 빼앗는 것만으로도 처벌이라고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는 자유형이 아닌 ‘고통형’을 주문하고 있다. 신체 자유의 제한만으로는 처벌이 매우 약하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우유 한 모금도 못 먹고 죽어간 정인이를 생각하면 한 끼에 1540원이 책정된 양모의 식단도 황제 식단이기에 불편한 이유이다.
최근 우리는 큰 잘못이 없어도 국가로부터 자유의 제한을 받는 경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자가격리 대상자들이 그러하다. 확진자와 2m 이내 밀폐된 공간 상시 근무자, 확진자와 같이 식사한 사람, 확진자와 수분(5분) 이상 마주 보며 대화한 사람이 자가격리 대상자이다.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 외출금지는 물론이거니와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생활해야 한다.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 담당 보고서에 연락하기 등의 생활 수칙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더욱이 이러한 행동지침 기준에 비협조 할 때 경찰에 의한 강제력이 동원되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을 잘 살펴보면, 사실 형법에서 규정한 자유형이 집행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꼭 어떠한 삶의 수준 이하의 구금 환경에 놓여야 한다는 내용이 형법상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한 몇 m2 안에서의 제한된 자유만 허용된다는 점은 자유형의 징역, 금고, 구류와 크게 다른 바가 없다. 실제로 자가격리를 경험한 자들의 후기들은 그 자유의 제한은 생각보다 끔찍하였고 고통스러웠다고 전한다.
의도하지 않게 가택 구금의 형태로 자가격리를 해 본 사람들, 자유의 제만만으로도 충분히 처벌될 수 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자가격리 후기는 자유의 제한 속에서는 황제 식단도 무의미함을 전단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메시지 속에서 기대 이상으로 제공된 식단에 분개하는 것보다 삶 속의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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