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지난 2014년 12월 28일 그리스에서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선박 노먼 애틀랜틱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높은 파도 속에서 필사적인 구조 작전이 벌어졌고, 사망자도 발생했지만 400명이 넘는 승객 대부분이 구조됐다. 언론은 구조 작전을 지휘한 후 마지막으로 배에서 내린 선장을 '영웅'이라 찬사를 보냈다.
소말리아 해적에 대항해 끝까지 배를 지킨 '아델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도, 불이난 아파트에 홀로 놓인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배관을 탄 외국인 노동자도 우리는 '영웅'이라 부른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 용감하고 신중한 사람을 '영웅'이라 부르는 것일까.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 하는 방법'에서는 움베르코 에코는 "필사적으로 영웅적인 인물을 찾기에 급급한 나라는 불행하다"고 말한다.
그 나라에는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보통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나라를 구하는 명장이 아니어도 자신의 자리에서 책무를 다한 '작은 영웅'이 많은 사회야 말로 올바른 사회인 이유다.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의 움베르코의 유작 에세이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이 출간됐다.
세계 각지의 대학에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펼친 학자인 동시에 '장미의 이름'을 쓴 소설가이기도 한 에코는 지난 2016년 2월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는데, 이 책은 지난 2000년부터 타계 전까지 쓴 55편의 에세이들을 담았다.
책은 정치에서 부터, 사회, 종교, 역사, 예술, 인터넷 등 복잡한 세상 구석구석을 이야기한다. 그 안에서 에코는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그럴수록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말고 무관심과 무지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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