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임성근 탄핵안 가결 헌정사 첫 법관 탄핵소추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무효 4표
'산케이재판' 개입혐의 헌재변론→최종결정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안이 4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179표·반대 102표·기권 3표·무효 4표로 나왔다.

찬성 숫자는 이번 탄핵소추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 161명을 넘어섰고 탄핵안 가결 정족수(재적의원 151명 이상)도 훌쩍 넘긴 것이다.

탄핵소추안을 사실상 당론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에서 찬성표가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이번 탄핵소추안에는 범여권 정당을 포함한 의원 16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지난 2일 발의됐다.

표결 직전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탄핵안 제안설명에서 "판사는 헌법을 위반해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임료의 전관특혜를 누리다 공직사회로 복귀하는, 그런 잘못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며 가결 요청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졸속탄핵 사법붕괴', '엉터리탄핵 사법장악'이라는 손 피켓을 들고 입장, 의사진행 발언을 하며 임 판사 탄핵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표결 이후 박병석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짓말쟁이 김명수를 탄핵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탄핵 소추안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 임 판사의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으로 최종 결정된다.

탄핵심판 사유가 인정되면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선고하게 된다. 탄핵 결정에 의해 파면된 사람은 선고가 있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

법관 탄핵소추 발의는 헌정 사상 세 번째이지만 국회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85년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부결됐었다.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는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된 바 있다.

한편,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 신문 기자 재판에서 판결문 수정 등에 개입했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았다.

법원은 1심에서 직권남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부장판사가 재판에 개입했고 이는 헌법에 위배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