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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일주일 앞두고 차가운 고용한파에 지친 취업준비생들에게 불편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온 가족이 모여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기업 채용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친지들의 취업 질문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상황을 핑계 삼아 고향을 방문할 수 없다는 점을 위로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609명을 대상으로 설 계획 방문 여부를 조사한 결과, 취업준비생 68.8%는 설 명절에 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약 10명 중 약 7명이 고향 방문을 꺼린다는 얘기다.
참석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코로나19'가 주를 이뤘다. 응답자의 86.1%가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 차원에서'를 꼽았다. 이어 '우리 가족끼리 단출하게 보내고 싶어서(20.1%)', '취업준비 및 구직활동을 위해(15.1%)', '만나는 게 스트레스라서(13.8%)', '친지모임이 없어서(11.2%)' 순이었다.
취업준비생 김모(28) 씨는 "주변 친구들은 직장을 구해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용돈까지 챙겨준다는데, 나만 용돈을 아직 받고 있어 부끄럽다"며 "올해 코로나19 상황 탓에 가지 못한다고 말씀드렸지만,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도 설 명절 고향 방문을 꺼리는 원인 중 하나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2주 연장하면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와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도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로 유지했다.
취준생 전모(30) 씨는 "코로나19 상황에 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게 불안해 가족들도 걱정할 것 같다"며 "준비 중인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고, 남은 기간 공부해서 꼭 합격해서 집에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따른 고용 한파도 취준생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2년째 기업 채용을 준비 중인 박모(28) 씨는 "얼른 취업을 해서 명절에 가고 싶었는데, 채용 기회가 마땅치가 않다"며 "서류를 낼 기회도 줄어들어 더 어려워지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158명을 대상으로 '취업인식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약 8명(75.5%)이 올해 채용 환경이 작년보다 어렵다고 응답했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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