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뜻 : 興(일으킬 흥/좋아할 흥) 淸(맑을 청) 亡(망할 망)
출 전 : 조선왕조 실록(朝鮮王朝實錄), 한국의 인간상(人間像)
비 유 : 돈이나 물건 따위를 아끼지 않고 마구 쓰는 것을 비유한다.
요즈음 대한민국은 돈이나 물건이 넘쳐나서 부족함을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불과 3, 40년 전만해도 경제적인 풍요는 일부 사업가나 권력자 외에는 생각해 볼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 이제는 물질적면은 고사하고 정신력까지 해이해져 역경을 극복하거나 고난을 감내하는 인내심마저 상실된 듯하다. 그야말로 세대별로 좀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가 흥청망청(興淸亡淸)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이 흥청망청은 망(亡)하게 되는 근본이 되며, 모든 것을 잃게 되므로 크게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1494년 조선의 제 10대 왕이 된 연산군(燕山君)은 생모 폐비 윤씨(廢妃尹氏)가 사약(賜藥)을 받고 죽으며 마지막으로 남긴 피 묻은 적삼을 보고 타오르는 복수심에 그의 패악(悖惡)과 폭정(暴政)은 날이 갈수록 심해 갔다.
몇 차례의 피보라가 조정 안팎을 휘몰아치고 나자 쾌락 중독에 젖어든 연산군에게 간신 임사홍(任士洪)과 그 아들 임숭재(任崇載)는 온갖 아부로 연산군의 기분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임사홍 부자가 고심 중에 생각해 낸 묘안(妙案)이 바로 조선팔도의 미녀(美女)들을 징발하여 왕에게 바쳐 왕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계획하게 되었다.
드디어 계획이 완성되자 즉시 '채청(採靑), 채홍사(採紅使)'라는 특별 전담반을 구성하였는데 채홍사란 전국 각 지방에 파견되어 미색이 뛰어난 기생이나 여인들을 찾아 한양으로 데려오는 특명을 받은 벼슬아치들을 말한다.
거기에다 이들 채홍사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자는 벼슬은 물론 토지와 노비를 포상으로 주었다. 연산군일기에 '채홍사' 가운데 성적이 가장 으뜸인 자는 임사홍으로서 천여 명이 넘는 미녀를 찾아다 바치고 포상을 제일 많이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편 전국 각지에서 1차로 뽑힌 여인들을 '운평(運平)'이라 불렀으며 그렇게 선발되어 뽑혀온 여인이 무려 일만여 명에 달했다. 그리고 일만여 명의 여인들 중에서도 기예(技藝)와 미색(美色)이 가장 출중한 절세미녀(絶世美女) 50명을 연산군이 직접 심사하여 '흥청(興淸)'이라 불렀다.
거기에다 연산군은 백마(白馬)가 정력(精力)에 좋다고 믿고 말고기를 즐겨 먹었으며 혼인하지 않은 처녀를 '청녀(靑女)'라 칭하여 각 지방 양반가의 미혼 처녀까지 선발하여 데려오기 위해 '채청녀사(採靑女使)'를 8도에 파견시켰다.
특히 당시 행정구역상 전라도에 속했던 제주(濟州)에는 준마와 미녀가 많은 것으로 꼽혔는데 해안 도서지방의 여인들은 해산물 섭취량이 내륙인들보다 많아 혈색이 청정하여 귓볼이 늘어지지 않았으며 생리 활성이 뛰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흥청(興淸)으로 선발된 여인들에게 방중술(房中術)을 통한 건강증진법(健康增進法)을 가르치는 내시부(內侍府) 교육담당 관리도 두었는데 이를 '채홍사'라고 불렀다.
당시 연산군이 연일 사치스러운 잔치와 행사로 탕진하여 소비되는 엄청난 비용을 공신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충당하려 하자 공신들과 관료들의 반감이 커지고 끝내는 박원종(朴元宗)이 중심이 된 중종반정(中宗反正)이 일어나 연산군은 폐위되고 말았다.
수천 명의 절세 미녀들을 껴안고 재물을 물 쓰듯 하다가 신세 망친 연산군의 몰락을 지켜본 이들은 흥청(興淸)은 반드시 망(亡)하는 청(淸)이라는 뜻에서 '흥청망청(興淸亡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요즈음 민심을 잡기 위해 정부와 여당은 빚을 내어 '재난지원금'이라는 명목하에 마구 돈을 뿌리고 있다. 그야말로 흥청망청 뿌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가 곡간을 지키는 총책임자인 재정경제부총리가 "재정은 화수분(河水盆)이 아니다."라고 말했겠는가!
국민이 내는 세금은 정말 한 푼이라도 함부로 쓰면 안 된다. 세금을 내기 위해 벌어야 하는 사람들의 고충과 노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하면 흥청망청 쓸 수 없는 것이다.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고, 일을 망치는 것은 터럭을 태우는 것처럼 쉽다고 한다. (성립지난여등천(成立之難如登天) 실추지이여요모(失墜之易如燎毛)
동방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오늘의 세계적인 위상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국민들의 피와 땀이 녹아있다. 그런데 고작 몇 사람의 권력 연장을 위해 그 위상이 순식간에 허물어지는 현상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국민 경제는 무척 어려운데 고관들은 봉급을 꼬박꼬박 타간다. 대통령 연봉이 2억4천만 원에 육박한다. 월급으로 치면 매월 2천만 원이다. 이 돈은 힘든 가장이 이끄는 10개 가정의 수입과 맞먹는다, 이에 대통령이 솔선하여 월급을 200만 원만 받고 그 나머지를 소상공인 돕는데 성금으로 낸다면 나머지 공무원들도 다들 동참할 텐데…….
흥청망청!
오죽하면 교수들이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라는 사자성어로 지적했겠는가!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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