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교육부 송익준 기자 |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준명 부장판사)는 동거남의 아들을 여행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 A(43)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선고한 형량(징역 22년)보다 더 무거워졌다.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행동은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했다"고 했다. 검찰과 경찰 조사로 밝혀진 A씨의 행동은 상식선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었다.
9살 아이를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둔 것도 모자라 위에 올라가 밟고, 뛰기까지 했다. 완전한 밀폐를 위해 지퍼 끝부분에 테이프를 붙이고, 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도 불어넣었다. 아이가 먹은 거라곤 그날 아침의 짜장라면 조금이 전부다. 인간으로서 가능한 일인지 지금도 의문스럽다.
재판부도 "인간으로서, 부모로서, 시민으로서 사건 검토 내내 괴롭고 슬픔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유가족은 형량이 늘었음에도 분통을 터뜨린다. 반성하지 않는 A씨의 모습에 유가족들은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주장한다. A씨는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속이 터지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또 다른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 꽃이 피기도 전에 져야 하는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것 말이다. 그러자면 구멍이 난 법과 제도를 메꾸고, 허술한 아동보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사실 아이가 세상을 떠날 때마다 법과 제도는 생겼다.
아이 이름을 딴 'OO법'이 통과되며 틀을 갖췄으나, 현장과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아동학대 전문 인력의 양성과 권한 강화는 매번 뒷전이고, 땜질식 처방만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전담공무원, 경찰은 학대 예방 경찰관을 배치해 전문성을 높였다고 하지만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현실적인 인원 충원이 없다면 일만 가중될 뿐이다. 아동학대 2회 신고 시 분리한다는 조치도 이해하기 어렵다. 학대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쭙잖은 매뉴얼로 현장활동 폭을 좁힐 게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대폭 넘겨야 한다. 현장 인프라 지원은 기본 전제다.
엄벌도 필요하다. 폭력은 반복된다. 가벼운 처벌은 아동학대 위험성을 높인다. 다행히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 기준 개선을 요청했다. 어른으로서 우리도 책임이 있다. 아동학대 예방은 따뜻한 관심에서 시작된다.
송익준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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