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종 대전시 국제관계대사 |
첫 과제가 2022 UCLG 총회라는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지만, 대략적인 구상은 이미 그려놨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과 다수의 에너지 과학기술 국제협력에 참여했던 노하우가 빛을 보는 기회다. 유난히 겨울 햇살이 잘 들어오는 대전시청 10층 사무실에서 이형종 국제관계대사를 만났다.
이형종 대사와 대전의 연은 의외로 깊다. 과학기술과 원자력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업무차 대전에 수없이 내려왔었다. 전임지인 미국 시애틀은 대전과 자매도시기도 하다. 최근에는 을지대에 재학 중인 딸 덕분에 종종 대전을 방문했는데, 이렇게 근무지로 정착하게 될 줄은 몰랐다.
국제관계대사의 업무는 대전과 세계 각국의 관계성 유지다. 최근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이 예전처럼 빈번하지 않지만, 비대면 기술을 통해서 다양한 업무를 보고 있다.
이형종 대사는 "외교부에서 30년을 일하면서 해외에서 보고 느끼고 공부한 것들을 지방정부와 공유할 수 있어 그 부분에 강점을 두고 있다"며 "요즘은 전면접촉의 시대다. 예전에는 외교부나 대기업만 해외와 접촉했지만, 이제는 국가와 국가를 떠나 사람과 사람이 접촉한다. 대전시 국제협력 분야에만 30여 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는데, 지방정부가 국제적인 업무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UCLG 총회는 2022년 10월 개최된다. 세계지방정부연합 소속 회원 5000명 이상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 총회다. UCLG는 협상회의가 아닌 각 도시가 가진 고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어떤 미래를 향해 갈 것인지 논의하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에 가깝다.
이형종 대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큰 아젠다를 반영해야겠지만, 가장 큰 비중을 둬야 할 것은 행사다.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모으느냐, IT와 AR 신기술을 어떻게 도입하고, 국제회의와 총회의 화두인 친환경 아이템을 어떤 곳에 적용할지가 관건이다. 서양속담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내용 실현과 아이디어 여부에 총회 질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IT 강국인 대한민국, 그리고 과학도시 대전에서 총회가 열리는 만큼 AI와 IT 경연장처럼 회의장과 각 부스를 운영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시·도마다 우후죽순 유행처럼 번졌던 자매·우호도시와의 새로운 관계 형성도 필요하다.
이형종 대사는 "새로운 관계를 체결하는 유행은 끝났다. 인연을 맺은 도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데, 여전히 교류의 유용성은 있다고 본다. 청소년 교류가 가장 적절해 보인다. 양자적인 것들을 고민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외교부에서만 오롯이 30년을 근무하면서 이형종 대사는 한국의 역량이 높다는 것을 절감했다. 언어장벽이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자신감을 채운다면 넘지 못할 것은 없다는 게 앞서 경험한 선배로서 여러 공직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라고 했다.
이형종 대사는 "한국은 인프라나 환경 측면에서 정상급 수준이다. 단지 1% 인간적인 것들만 더 채워가면 좋을 것 같다. 코로나19 해외 업무가 비대면 기술로 채워지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현장을 두루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국제 경험이 대전 시정에 잘 녹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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