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지점 효 문화마을에서 만성교를 지나 삼남탑을 거쳐 전망대 장수봉을 걷는다. 공원에는 연인, 부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등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손잡고 걷기 좋은 길로 하산하는 길 언덕에 올라서면 정자가 나타난다. 뿌리공원 산책에서 필수코스다.
뿌리공원 언덕 중턱 성씨조형물들 사이에 위치한 7.5m 높이의 정자는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 등 삼남의 화합과 경로 효친 사상을 위해 세워진 정자로, 기증자 한 씨의 호(號)를 따 ‘자산정’이라 이름 붙여졌다. 1997년 뿌리공원 개장 당시 건립에 1억 2000만 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됐다.
그러나 2016년 상부 서까래 사이에 있는 지붕 너래 가 망가져 지붕 아래로 황토가 흘러내리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관리청인 중구는 이렇다 할 조처를 하지 않은 채 출입을 막고 있다. 계단 입구를 막고 출입금지 팻말이 기다랗게 늘어진 모습이 사뭇 을씨년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뿌리공원을 지나다 성씨 조형물을 구경하던 시민들은 방치된 자산정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대전에 사는 김 모(58) 씨는 "뿌리공원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며 "몇 년째 이렇게 출입만 못 하게 막아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철거하던지 보수를 하던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구는 몇년째 자산정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중구 관계자는 "다음 달까지 존치든 철거든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며 "보수 공사는 문화재 수리 전문 업체만 공사가 가능해 비용적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구의회는 폐쇄된 자산정을 방문해 시설물 노후화와 파손 여부를 점검하고 보수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연수 중구의회 의장은 "그동안 제대로 유지 관리를 하지 못한 구의 책임이 크다. 주민의 좋은 뜻으로 기증한 정자를 철거하는 것보다 보수 존치가 좋다고 본다"며 "문화재로서 자산가치도 높다고 본다.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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