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가 대전에서 처음으로 ‘자치구 재단’ 설립에 시동을 걸었지만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덕구의회가 재단 설립을 위한 조례인 ‘대덕문화관광재단’ 조례안을 부결했기 때문이다. 대덕문화관광재단은 대덕구가 추진하는 3개의 재단 중 첫 번째 사업으로, 대덕구의회가 넉넉하지 않은 재정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다른 재단 설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덕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26일 '대전시 대덕구 대덕문화관광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했다. 해당 조례안 부결은 행자위 내에서 찬반 의견이 충돌하면서 표결 끝에 찬성 1표 반대 2표로 결정됐다.
자치구 재단설립 의지를 보였던 박정현 대덕구청장으로서는 시작부터 원활한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난감한 입장이다. 박정현 청장은 대덕문화관광재단(가칭), 대덕복지재단(가칭), 대덕경제진흥재단(가칭) 등 모두 3개의 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구는 대덕경제진흥재단을 통해 지역 기업들의 공동 브랜드 개발하고, 기술 컨설팅 등을 연계하고 복지재단 설립으로 지역 맞춤형 사회복지 전달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게 박 청장의 그림이다.
대덕문화관광재단의 경우 지난해 10월 설립 관련 대전시 심의에서 '설립 타당성 적정'이라는 결과를 받으면서 제일 먼저 추진하게 됐으며 조례제정 과정을 거치면 재단 설립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대덕구가 문화관광재단을 선도적으로 추진하면서 동구와 유성구도 그 뒤를 이어 설립 의지를 보이는 분위기다.
문제는 지난해에도 대덕구의회가 재단 설립에 필요한 관련 조례안을 '재정 상황' 등을 이유로 부결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김태성 대덕구의회 의장은 최근 중도일보와의 만남에서, "재단 설립에는 재단출연금과 인건비, 운영비 등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대덕구는 재정이 열악해 의원들과 철저하게 심의한 결과, 지난해 보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덕구의회의 주된 반대 이유는 시급성이다. 코로나19 등 어려운 상황인 데다, 내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구청장의 치적홍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관광문화재단 설립은 시기상조라는 게 대덕구의회의 판단이다.
반면 대덕구는 올해 내에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며 의욕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다른 자치구와 비교해 문화와 예술의 불모지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원활한 문화 관광 확대를 위해선 향후 조성 예정인 신탄진 복합문화커뮤니티센터 등 문화기반시설 설립에 맞춰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게 대덕구의 설명이다.
대덕구는 3월 조례 재상정을 목표로 재단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해동 대덕구 문화관광체육과장은 "대전시 출자 출연기관운영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8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대덕문화관광재단 설립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전국적으로 문화 사업을 펼치기 힘든 이 시기에 정책 수립을 추진해야 추후 코로나19 극복 이후 문화관광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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