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닷새 전 정부 최고 과학 고문직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주도한 유전학자인 에릭 랜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를 임명했다. 이날 바이든은 "세계적 명성의 과학자들이 우리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과학, 사실, 진실에 근거하도록 해줄 것"이라며 "과학은 언제나 미국 정부의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고, 미국의 정치를 반과학의 선봉으로 만든 전 대통령과는 달리 과학의 가치를 새 대통령은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바이든의 '과학친화적' 행보는 그의 핵심 공약 대부분이 과학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내건 과학기술 관련 주요 공약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팬데믹 대응정책, 파리협약 복귀를 전제로 하는 환경정책, 그리고 기반기술과 첨단기술에 투자하는 과학기술 혁신정책 등의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바이든 정부가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인 팬데믹 대응정책의 핵심은 코로나19 조기 종식을 위한 글로벌 협력과 방역 강화를 위한 과학적 조치들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 때 탈퇴했던 세계보건기구(WHO)에 재가입하고, 바이러스 검사 강화 및 의료 방호구 공급, 그리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을 앞서 발표한 바 있다.
또 다른 공약인 환경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그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불평등의 시정을 추구한다는 환경정의의 기본 사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늦어도 2050년까지 미국 경제 전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에 대한 강한 의지도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혁신 정책과 관련한 바이든의 핵심 공약은 연방 연구개발비 외 4년간 3000억 달러 혁신자금을 지원한다는 것과 이 자금을 인공지능과 양자정보과학과 같은 첨단 분야에 투자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50개 주 전체에 연구개발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를 고루 단행해 3백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가장 중요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기술 확보를 통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적인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것이 바이든 정부의 구상이다.
미국이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향후 4년간 미국이 펼칠 새로운 과학기술 정책이 갖는 영향력을 소홀히 보아 넘길 수 없다. 백악관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들 못지않게 우리 과학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그렇다고 단순히 혹은 맹목적으로 그들의 방향을 따라가서는 안 될 것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바이든은 미국의 대통령이며 그 역시 미국의 성장에 집중하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변화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책 마련과 선제적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술이 힘이 되는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시대에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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