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당에서 당 대표가 성비위로 사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일로 진보진영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잇따른 성추문에 휩싸이면서 도덕성에 또 다시 흠집이 났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15일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이라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이어 "김 대표가 지난 15일 저녁 여의도에서 장 의원과 당무 면담을 위해 식사 자리를 가진 뒤 나오는 길에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장 의원은 고심 끝에 18일 젠더인권본부장인 저에게 해당 사건을 알렸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장 의원도 성명을 내고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며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회견에 앞서 대표단 회의를 열고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김 대표도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머리 숙여 피해자께 사과드린다.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고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 피해자께 다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진보 진영에서는 초대형 성 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2018년 3월 자신의 수행비서의 폭로로 성폭행 사실이 알려지면서 '권력형 성범죄자'로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2019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해 4월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공무원을 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듣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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