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용 대전을지대병원장이 새해 병원운영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
-병원장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올해 병원 발전을 이끌 비전은 무엇인가.
▲지난 1981년 대전 중구 목동에 을지대병원을 세우고 2004년 둔산동에 현재 대학병원을 개원했다. 올해는 을지대병원이 처음 둔산시대를 열었을 때 가졌던 열의와 자신감을 회복하고 싶다. 둔산에 을지대병원을 설립해 이전했을 때 최고의 의료인력을 스카웃하고 파격적인 의료시설을 들여오면서 대전 의료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올해 의료인력 및 장비 보강하고 선도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거듭나도록 청사진을 세우려 한다. 교직원을 비롯한 환자와 보호자, 지역민 모두가 '가족에게 치료를 권하고 싶은 행복한 병원'이 되도록 올해 터닝포인트로 삼아 최선을 다하겠다.
-을지대병원은 공부하는 간호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간호사가 전문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저희 병원은 범석 박영하 박사가 설립할 때부터 교육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전통을 계승해 지금도 직원들이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돕고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공부해 학위를 취득한 간호학 박사 학위자 48명이 국내의 수많은 간호대학의 교수로 진출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학계 지도자를 다수 배출하게 된 것에는 병원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몫을 차지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매년 을지대 내 계약학과에서 학사와 석사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간호사들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했다. 을지대 대학원에 다니는 간호사들에게도 전 과정에서 등록금의 50%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학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학사나 석·박사 과정 중인 간호사들의 근무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주면서 원활한 학업을 독려해왔다.
-로봇수술 1000회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올해 대전 의료계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대전을지대병원의 장점 중 하나는 최신 의료 기술이나 장비 도입에 늘 발 빠르게 대처해왔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둔산으로 이전 개원했을 때 중부권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최첨단 장비들로 지역 의료에 신선함과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지금도 최신 장비를 들여오는 일에 다른 어느 병원보다도 앞장서고 있다. 저희 병원의 이런 노력이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를 크게 좁히는데 일조해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로봇수술을 진행하는 의사들이 노하우가 축적돼 수술시간이 단축됐고 합병증이 크게 줄어 시스템이 안정화됐다. 새로운 수술 기술도 결과가 좋아야 치료법으로 계속 쓰이는데 저희 로봇수술은 안정 괘도에 올랐다고 본다.
-대전권에서 유일하게 권역외상센터을 운영해 왔다. 성과에 대해 말해달라.
▲'외상 환자는 대전을지대학교병원에서 전문으로 치료한다'라는 인식이 대전에서 공감대를 이룬 게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소방서 측에서도 외상 환자들을 본원으로 우선 이송해주고 있다. 대전지역 유일의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으로 권역외상센터란 응급의료센터의 상위개념으로, 교통사고, 추락, 총상 등으로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센터를 의미한다. 이런 중증 외상 환자에 대비하고자 본원에는 실력 있는 외상 전문의들이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골든타임이 중요시되는 심뇌혈관질환 또한 지체 없이 치료가 가능하도록 체제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외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의료인력을 보강해 안정화 되었다. 대전에서 발생하는 중증외상환자를 본원에서 더 많이 치료하고 다쳐서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매진하겠다.
-범석 박영하 박사께서는 병원을 공익법인으로 전환하는 등 의료발전에 공헌하고 2013년 타계하셨다. 고 박영하 회장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대전 목동에 을지대학병원이 지어져 전임강사실에 있을 때 박영하 회장께서 병원을 둘러보며 직원들의 안부와 애로사항을 하나하나 귀담아 주시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낭비는 절대 안 되고,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충실히 하셨으며, 병원과 교육사업에 남달리 봉사하셨던 모습이다. 을지재단 설립자이신 고 박영하 박사께서는 "의료는 복지다. 의료혜택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돼야 하며, 의사는 한시도 환자를 떠나선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진심과 가치가 1981년 을지대병원을 성공이 보장되는 서울 강남 대신 아무런 연고도 없던 의료취약지 대전 목동으로 이끌었고,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을지대병원이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에 자원해 가동하고 있다. 병원운영에 큰 부담일 수 있어 민간병원이 꺼리는 일에 을지대병원이 솔선수범하고 있다.
▲다른 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 운영을 꺼리는 이유는 코로나19 환자를 받으면 일반 환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과 의료인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우려해서다. 저희는 지난해 감염내과 의료진을 보강했는데 전에 감염센터장을 역임하며 에볼라와 사스 등의 감염사태 때를 대비한 방역대책을 수립했던 분이 오셨다. 이를 통해 감염관리를 진행 중이고, 감염병전담병원 운영을 위한 의료·간호인력은 고맙게도 병원 내에서 직원들이 자원해줬다. 필요한 인력을 모두 확보한 상태로 코로나19 확진자를 단계적으로 수용해 완전히 치료될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
-파업 25일 만에 임금과 단체협약을 지난해 말 극적으로 합의했다. 파업 과정에서 병상 축소운영과 적립금 역외유출 논란이 불거졌다.
▲근로자와 병원이 궁극적으로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개인의 행복과 그를 뒷받침하는 직장의 발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업 사태로 지역민께 여러 가지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파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어려운 시기에 서로 간의 양보와 희생을 바탕으로 보여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역외유출 건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2020년 한 해만 해도 대전을지대병원은 MRI 2대를 비롯한 수술시스템 및 진료장비 등 9종과 전산시스템의 대대적 교체를 진행하며 병원의 발전을 도모해왔다. 더불어 자료를 통해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의 본래 목적이나 용도가 무엇이고 대전 암센터 건립 등을 비롯해 용도에 맞게 사용돼왔다는 것을 충분히 밝혀왔다. 또 대전 목동에 을지대병원을 세우고 더 나아가 둔산동에 병원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받은 게 더 많다는 부분도 자료로 작성해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향후 병원 운영방향이나 목표는.
▲지난 1981년부터 40년 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지역과 지역주민이 없는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을 상상할 수 없다. 그런 만큼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이 없는 지역을 떠올릴 수 없도록, 지역과의 상생을 잊지 않고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협력해나갈 것이다.
대담=오희룡 디지털룸 1팀장·정리=임병안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victorylba@
●…김하용 대전을지대병원장은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원광대 의과대학대학원 의학박사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전임의 ▲미국 포틀랜드의 슈라이너 아동병원 근무(Medical staff)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진료부장 ▲인체동작분석실연구소 소장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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