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소설가 |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이 말은 가을의 이미지를 봄의 생동감으로 바꿔놓았다. 단지 '잎이 물든다'를 '꽃이 피다'로 바꾸었을 뿐인데, 시들고 퇴색하는 모든 것에 찬사를 보내며 인생의 화양연화와 같은 그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021년 입춘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다.'라는 좋은 글귀처럼 코로나19로 움츠린 일상에서 봄처럼 기지개를 켰으면 한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올해는 하루 400여 명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긴 했다. 그래도 내 주위에 누가 무증상 감염자인지 알 수 없다. 세계적으론 변종 바이러스까지 나오면서 지금 개발된 백신이 과연 코로나 시대를 막 내릴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어떤 이는 앞으로 랜선(온라인) 여행 시대가 올지 모른다며 VR이나 가상세계에서 즐기는 여행상품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비대면 시대에 공감되는 말이지만 왠지 서글픈 생각도 든다. 인간은 과연 어디에서 실존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 말이다.
정말 어떤 이의 말처럼 세계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며, 각종 연말연시 모임이 난무했던 때는 그리운 화양연화와 같은 시절로 남을지 모른다. 코로나19는 세계는 연결사회이며, 누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인간 실존 그 자체를 의심하는 비대면 사회로의 가속 페달을 밟아 갈 것이다.
알베트 카뮈는 '페스트'라는 소설로도 유명하다. 흑사병으로 불린 페스트는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전염병이다. 카뮈는 이 페스트를 20세기 오랑이라는 도시로 가져와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투쟁을 그린다. 폐쇄된 도시에서 누구나 전염병에 의해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상황, 그는 소설에서 이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연대의식을 통해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길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카뮈가 페스트를 끌고 와 신을 떠나보낸 20세기 소외된 인간 실존을 말했다면, 이제 21세기는 코로나19를 끌고 와 신뿐만 아니라, 인간의 대면 관계도 끊어진 언텍트 사회에서 인간실존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이 나와 내 주변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파랑새를 쫓아 먼 곳을 바라보다 정작 내 등잔 밑은 어두웠던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내가 무분별하게 사용한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고, 내가 끌고 다닌 자동차 매연으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해 기후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내 주위에 어떤 이웃이 사는지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만약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된다면, 카뮈의 말처럼 내 주위의 연대의식을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할 일이다. 내 가족, 동네 분들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택배기사나 음식 배달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일이다. 그동안 꽃이 아닌 잎으로만 존재했던 사람들이 다 꽃으로 피어날 때 우리의 봄은 성큼 다가올 것이다. 언텍트 사회의 버팀목은 멀리 있지 않다.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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