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언텍트 사회의 버팀목은 멀리 있지 않다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언텍트 사회의 버팀목은 멀리 있지 않다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1-01-25 08:15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2020121401001162900045351
김재석 소설가
"Autumn is second spring when every leaf is a flower"(모든 잎에 꽃이 피는 가을은 두 번째 봄이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이 말은 가을의 이미지를 봄의 생동감으로 바꿔놓았다. 단지 '잎이 물든다'를 '꽃이 피다'로 바꾸었을 뿐인데, 시들고 퇴색하는 모든 것에 찬사를 보내며 인생의 화양연화와 같은 그 시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021년 입춘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다.'라는 좋은 글귀처럼 코로나19로 움츠린 일상에서 봄처럼 기지개를 켰으면 한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올해는 하루 400여 명대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긴 했다. 그래도 내 주위에 누가 무증상 감염자인지 알 수 없다. 세계적으론 변종 바이러스까지 나오면서 지금 개발된 백신이 과연 코로나 시대를 막 내릴 수 있을지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어떤 이는 앞으로 랜선(온라인) 여행 시대가 올지 모른다며 VR이나 가상세계에서 즐기는 여행상품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비대면 시대에 공감되는 말이지만 왠지 서글픈 생각도 든다. 인간은 과연 어디에서 실존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 말이다.

정말 어떤 이의 말처럼 세계여행을 자유롭게 다니며, 각종 연말연시 모임이 난무했던 때는 그리운 화양연화와 같은 시절로 남을지 모른다. 코로나19는 세계는 연결사회이며, 누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인간 실존 그 자체를 의심하는 비대면 사회로의 가속 페달을 밟아 갈 것이다.



알베트 카뮈는 '페스트'라는 소설로도 유명하다. 흑사병으로 불린 페스트는 14세기 유럽을 강타한 전염병이다. 카뮈는 이 페스트를 20세기 오랑이라는 도시로 가져와 전염병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투쟁을 그린다. 폐쇄된 도시에서 누구나 전염병에 의해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상황, 그는 소설에서 이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연대의식을 통해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길만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카뮈가 페스트를 끌고 와 신을 떠나보낸 20세기 소외된 인간 실존을 말했다면, 이제 21세기는 코로나19를 끌고 와 신뿐만 아니라, 인간의 대면 관계도 끊어진 언텍트 사회에서 인간실존을 이야기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이 나와 내 주변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파랑새를 쫓아 먼 곳을 바라보다 정작 내 등잔 밑은 어두웠던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내가 무분별하게 사용한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었고, 내가 끌고 다닌 자동차 매연으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해 기후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내 주위에 어떤 이웃이 사는지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만약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된다면, 카뮈의 말처럼 내 주위의 연대의식을 통해 인간다움을 회복할 일이다. 내 가족, 동네 분들에게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택배기사나 음식 배달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일이다. 그동안 꽃이 아닌 잎으로만 존재했던 사람들이 다 꽃으로 피어날 때 우리의 봄은 성큼 다가올 것이다. 언텍트 사회의 버팀목은 멀리 있지 않다.

/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4 결산] 대전시 해묵은 현안해결 경제부흥 견인
  2. 대전시, 경제성장률 가파른 상승 "눈에 띄네"
  3. "서산 부석사 불상 친견법회, 한일 학술교류 계기로"
  4.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5. 2023년 대전·세종·충남 전문대·대학·대학원 졸업생 취업률 전년比 하락
  1.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2. 대전 학교 내 성비위 난무하는데… 교사 성 관련 연수는 연 1회 그쳐
  3.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4. "출산 회복 도움되기를"… 대덕구, 지역 최초 산모회복비 지원
  5. 즐거운 성탄절

헤드라인 뉴스


학교 성비위 끊이지않는데… 교사 예방연수는 연 1회뿐

학교 성비위 끊이지않는데… 교사 예방연수는 연 1회뿐

대전 내 학교 성비위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개선은커녕 공회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전교육청이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성 관련 예방연수 횟수는 연 1회에 그치고 연중 발표하려 했던 성 비위 근절 대책안도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26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성 관련 예방 교육시간은 연 1회 3시간뿐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관련 예방교육 이수시간이 1년에 15시간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은 상황이다. 올해 대전 내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 비위 사건 중 공론화된 건은 초·중·고 1..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AI 디지털 교과서 논란...전국 시도교육감 엇박자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17개 시·도 간 입장 조율 없이 제출돼 일부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12월 26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교육청은 그동안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도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해왔다. 시범 운영을 거쳐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라며 "AI 디지털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찬성한다"란 입장으로 서두를 건넸다. 이어 12월 24일 교육감협의회 명의의 건의문이 지역 교육계와 협의 없이 국회에 제출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맑은 날씨에 대전 해넘이·해돋이 둘다 볼 수 있다
맑은 날씨에 대전 해넘이·해돋이 둘다 볼 수 있다

12월 31일과 2025년 1월 1일 오전까지 대전은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여 올해 마지막 해넘이와 새해 첫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겠다. 기상청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말연시 날씨 전망을 26일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일 오전 주요 도시별 해돋이 시간은 독도 7시 26분, 부산 7시 32분, 대구 7시 36분, 제주 7시 38분, 강릉 7시 40분, 광주 7시 41분, 대전과 청주, 전주 7시 42분, 서울은 7시 47분께다. 이날 오전 충청권은 대체로 맑지만, 충남 서해안 주변 일부 지역은 구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달콤해’…까치밥에 빠진 직박구리

  •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대전서 만난다

  • 즐거운 성탄절 즐거운 성탄절

  •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 ‘거긴 주차장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