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환 법무법인 지원 P&P 대표변호사 |
실제 다세대 주택 분양 현장에서는 전세가와 분양가가 같은 매물이 나오기도 하고, 이러한 주택에 대해 전세 보증금만 떠안겠다고 하면 그냥 소유권을 넘겨주겠다는 유혹이 난무한다. 투자자가 투자 의향을 밝히면 분양업체가 세입자를 구해 전세계약서를 쓰고, 3주 뒤에 투자자가 매매계약서를 쓰면 법적 문제없이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와 같은 거래가 발생하는 것일까? 빌라 등 소형 다주택은 분양이 어려운 반면 전세로는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자금회수를 위하여 분양이 안 되는 신축빌라의 전세가를 분양가에 맞추고 전세 세입자를 구한다. 이때, 주로 신축 빌라 등의 정확한 가격을 모르는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전세가를 부풀려 계약을 체결하는데, 건설사가 책정한 전세가에는 주택의 매매가는 물론이고 중개인에게 주는 수수료까지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건설사는 전세 계약 체결 후에 전세 보증금을 떠안겠다는 갭 투자자나 임대사업자 또는 자력이나 실체가 없는 임대사업법인에 위 주택을 분양하거나 매매를 하여 소유권을 이전해 준다. 결국 전세 계약이 만료된 후 주택의 소유자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기존의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임차인이 낸 전세보증금이 실질적으로는 그 주택의 매매대금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임차인이 지급한 전세보증금이 임차주택의 매매가보다 높기 때문에 집행과정에서 매우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심지어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피담보채무액에 먼저 충당되고 나서 후순위로 배당을 받게 되므로 전세보증금을 전혀 배당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소송을 포기하고 계속 그 주택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임대사업자들은 이러한 임차인들의 사정을 이용하여, 임차인들에게 웃돈을 지불하고 전세보증금을 매매대금으로 갈음하면 주택의 소유권을 넘겨주겠다고 유혹한다. 결국 건설사는 이렇게 전세 임차인들을 속여 팔리지 않는 집을 팔고, 중개인은 수수료를 챙겼으며, 임대사업자는 주택의 소유권을 그저 얻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임차인들에게 웃돈을 받고 매도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임대주택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임대사업자에게 해당주택의 소유권 등기에 등록임대주택임을 부기등기할 의무를 부과하여 임차인이 주택의 탐색 단계에서부터 등록 임대주택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고,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임차인에게 피해를 준 경우에는 임대사업자의 등록말소 및 그간 제공 받은 세제감면액의 환수도 가능해져 임대사업자를 제재할 대책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건축주와 중개인을 처벌하는 법안은 부재하고, 건축주는 애초부터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그 고의성이 부정되어 건축주에 대한 처벌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관련 법안의 입법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여 더 이상의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철환 법무법인 지원 P&P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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