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커다란 마음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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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커다란 마음으로 살아가기

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 승인 2021-01-21 11:05
  • 신문게재 2021-01-22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유낙준
유낙준 주교
작은 일은 작은 일로 풀고 큰일은 큰일로 푸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작은 일을 큰일로 풀거나 큰일을 작은 일로 풀면 세계에 대한 분별력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분별력이 부족한 행동의 결과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예상치 못한 손해를 끼치게 됩니다. 그래서 분별력이 부족한 사람이 집단을 이끌게 되면 집단의 구성원들이 매우 긴장한 삶을 살게 합니다.

집단의 지도자는 단순한 한 사람이 아닙니다. 집단의 구성원들을 안고 사는 사람이 지도자이기에 구성원들은 집단구성원의 총합으로 지도자와의 관계를 갖습니다. 단순한 한 개인으로 지도자를 바라보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은 내 몸과 내 정신과 내 영혼을 이끄는 지도자입니다. 가장은 식구들을 이끄는 지도자입니다. 총장은 학교 구성원인 학생과 직원들을 이끄는 지도자입니다. 시장과 도지사는 지역주민들을 이끄는 지도자입니다. 대법원장은 법으로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입니다. 국회의장은 미래의 비젼을 세우는 법을 만드는 지도자입니다. 대통령은 나라의 모든 구성원들을 안정과 희망으로 이끄는 지도자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지도자이면서 구성원이고 구성원이면서 지도자입니다.

어디에 매이지 아니하고 사는 자유로운 사회이려면 지도자와 구성원 모두가 분별력을 높여야만 합니다. 편견은 분별력을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생명을 주셨기에 하느님을 믿는 교회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인간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의 본성처럼 교회의 본성은 생명을 살리는 곳으로 교회전통이 이어져 지금까지 내려왔습니다.

"우리 인간을 위하여"라는 니케아신경(325년)의 고백처럼 우리 인간을 위하여 희생되신 예수님처럼 살고자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교회에 모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용인시 수지구 교회에서 교인 141명 등 총 186명이 확진됐고, 추가 전파를 통해 직장 한 곳에서 11명이, 또 다른 직장에서 12명이 확진되는 등 코로나-19의 감염확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곳은 교회기관이었습니다. 교회가 인간의 생명을 훼손하는 자리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생명을 잘 지키는 교회가 생명을 훼손하는 교회로 비친 것입니다. 500년전 유럽에서 교회가 물질을 추구하다가 인간을 놓쳤을 때 종교개혁이 일어났습니다. 종교개혁의 운동이 지금 우리 교회에 다시금 일어나야 합니다.

교회는 "우리 인간을 위하여" 존재할 때 생명이 살아나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영혼을 지켜줄 사람이 있고 그러한 거룩한 장소를 거룩하게 여기는 사회가 때로는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교회를 바로 세울 것입니다.

이기심과 탐욕의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커다란 마음으로 사는 출발입니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일 때는 편견을 갖게 되고 속이 좁은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또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입니다. 바로 속이 좁은 사람이 편견을 갖게 되어 다른 사람들을 많이 품지 못하는 사람이 됩니다.

집단의 지도자는 편견을 가져 분파를 조성하지 아니하고 구성원들을 많이 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지도자는 깊은 분별력을 지니기 위하여 소란스러운 도시에서 벗어난 산속의 수도원에 머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가까이 지내면서 사랑을 보지 못하였기에 거리를 두며 떨어져서 사랑을 숙고하는 시간입니다.

'사랑이 부족해서 생긴 아픈 일들이 너무 많아서 눈 뜨고 살 수 없다'는 원로사제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확대된 사랑으로 커다란 마음으로 모두가 살 때 다가선 재난을 극복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러하기를 빕니다./유낙준 대한성공회 대전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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