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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걸 그룹도 노래 실력이 뛰어나지만 걸 그룹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그저 얼굴 예쁘고 춤만 잘 추는 가수라고 말이다. 기계의 힘을 빌려 입만 금붕어처럼 벙긋거리는 연예인! 화사를 안 건 '나 혼자 산다'에서였다. 강렬한 인상의 연예인이 곱창을 무한 흡입하고 간장 게장을 싹쓸이하는, 재밌는 사람이었다. 간장 게장을 미친듯이 먹어치우고 마지막엔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데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거기다 김 부각 먹는 소리가 죽여줬다. 씹을 때 바사삭 하는 소리. 위로 올라간 눈꼬리와 10센티는 될 것 같은 손톱으로 섹시하게 김 부각을 집어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젠 고인이 된 마광수가 보았더라면 극찬을 할 법한 비주얼이었다.
그런 먹방의 여자 가수가 'Fly me to the moon'을 근사하게 부르다니. 화사의 색다른 면을 발견했다. 목젖을 떨면서 아랫배에서 끌어올리는 원초적인 소리가 목울대를 지나 입안에서 한 바퀴 돈 다음 내 귀에 속삭이듯 불렀다. 이것이 재즈의 맛이다. 재즈의 깊이는 깊은 밤 빛나는 달빛처럼 황홀하다. 화사가 이 노래를 이다지도 맛있게 불렀던 것이다. '나를 달로 보내주세요 별들 사이를 여행하게 해주세요 목성과 화성의 봄을 보여주세요 내 손을 잡고 내게 키스해 주세요~.' 달빛 아래서 키스를 해 본적이 있던가. 가물가물하다. 달빛 아래서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연인과의 달콤한 키스. 누구나 꿈꾸는 장면 아닐까. 그 순간은 이 사랑이 영원할 것 같고 영원히 설렐 것 같다. 이것이 사랑의 마력이고 허울이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 삶은 순간이다. 찰나같은 순간이 모여서 영원이 되는 것 아닌가. 오늘밤도 달이 뜰까. 곁에 연인은 없지만 창문을 열고 달을 바라보며 한껏 낭만에 젖어야겠다. '내 마음을 노래로 채워줘요...내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것은 그대 뿐이에요~.'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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