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하 계장 |
그런데 그 거짓말의 목적이 사익(private goods)이라면 '까만 거짓말'이 되고, 공동선(public goods)을 위해서라면 '하얀 거짓말'이 된다. 하얀 거짓말의 대표적 사례는 소포클레스의 공연 '필록테테스'에 나타난다.
기원전 409년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는 '필록테테스'라는 공연을 열었다. 공연의 역사적 배경은 10년간의 트로이 전쟁 중 막바지 부분이다. 전쟁 10년째 51일간의 전쟁을 노래한 서사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라면 트로이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필록테테스' 공연이다.
먼저 필록테테스 공연을 이해하기 위해서 약간의 그리스 신화 기본지식이 필요한데, 헤라클레스에게 활과 화살을 받은 필록테테스는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에게 납치되자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필록테테스는 트로이로 가던 중에 다치게 돼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지략가 오디세우스에 의해 렘노스섬 갖혀 자기를 버리고 간 지휘관들을 저주하기 시작한다.
그리스 연합군에 납치당한 헬레노스는 결국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가 있어야 전쟁에 승리할 수 있다는 신탁을 들려주면서 그 결과로 오디세우스는 네옵톨레모스를 데리고 렘노스섬에 간 이후 스토리가 공연 극으로 펼쳐진다.
오디세우스는 네옵톨레모스에게 그리스 장수들과 말다툼 끝에 귀향하는 길이라고 거짓말을 한 후 필록테테스에게서 활과 화살을 가져오라고 한다. 아킬레우스의 아들 네옵톨레모스는 거짓말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오디세우스가 "승리처럼 달콤한 전리품은 없고, 후대 아테네를 위한 위대한 일은 명예를 얻을 것"이라는 말에 일단은 동의하고 필록테테스를 속인다.
결국 필록테테스를 속여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을 얻었지만, 네옵톨레모스는 결국 사실대로 얘기한다. 그러자 필록테테스가 불같이 화를 내며 트로이 전장으로 가기를 거부하고 활과 화살도 돌려달라고 한다. 이때 하늘에서 헤라클레스가 내려와 필록테테스에게 트로이 전장으로 가서 승리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그들은 렘노스섬을 떠나 트로이로 가면서 막은 내린다.
혹자는 이 공연의 주제가 하얀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하얀 거짓말도 거짓말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된다는 부류와 공동선을 위해서는 그 정도의 거짓말은 할 수 있다는 부류로 나뉘어 논쟁이 된다. 지금도 그러한 논쟁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필자는 시각을 달리해 본다. 기원전 409년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중후반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 시기 그리스는 대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이럴 때 소포클레스가 '하얀 거짓말'은 공동선을 위해서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공연을 기획했을 리 만무하다. 오히려 전쟁이 여차하면 패전으로 끝날까 봐 전전긍긍하던 때에 소포클레스가 하고 싶은 말은 다른 데 있었을 것이다. 국가가 그대를 속였더라도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나서달라는 무언의 촉구였을 것이다. 다행히 이 공연은 1등 상을 받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끝난 지 2400여 년이 흐른 지금 현재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적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지역의 경찰과 간호사, 의사, 공무원 등이 전면에서 싸우고 있고, 후방에는 요식업, 헬스장업, 노래방업, 결혼식장업, 종교인 등이 방역지침을 준수하면서 코로나 19와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공공장소에서 개인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다. 나는 이러한 모든 사람을 '테스형'이라고 부르고 싶다. 마치 트로이 전쟁에서 버려진 필록테테스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트로이 전장으로 가 승리를 이끈 것처럼, 테스형·테스누나들이 이 코로나와 전쟁에서 적극적으로 활약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시대의 테스형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드린다.
대전경찰청 유동하 감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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