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전문연구위원·감사 |
가치소비와 함께 중요한 트렌드가 바로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이다. '지속가능한'이라는 뜻으로 결과보다는 과정에서의 윤리적 혹은 도덕적 경영을 지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에코(eco) 개념 역시 서스테이너블의 일부지만, 서스테이너블은 기업이 이윤을 줄여서라도 환경과 인권, 공정성 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적극적이고 강력한 의미다.
이미 서스테이너블은 전 세계의 메가트렌드로 떠올랐다. 경제성장이 역설적으로 빈부 격차와 환경파괴를 심화시킨다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지속가능한 기업 및 소비의 개념이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생존을 위해서라도 서스테이너블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신발 브랜드 탐스는 '지속가능한 기부'를 실천한다는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탐스 창업자는 2006년 아르헨티나 여행 중 신발 없이 맨발로 살아가는 아이들을 만난 후 이들을 꾸준히 도와줄 수 있는 사업모델을 고민하게 된다. 마침내 그는 '내일을 위한 신발'이라는 뜻의 탐스(TOMS)를 창업한다.
그리곤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전달하는 '원포원(One for One)' 기부를 이어왔다. 브랜드 론칭 이후 최근까지 약 8800만 켤레의 신발을 지원했다. 2015년에 출시한 탐스의 커피 브랜드 역시 원두 한 팩을 소진할 때마다 물 부족을 겪는 빈민층에게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140리터의 물을 전달하는 캠페인 방식의 사업이다. 지난해까지 1억 리터가 넘는 식수가 제공됐다.
현재 탐스는 세이브더칠드런, 유엔난민기구, 칠드런인터내셔널 등 10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와 '원포원' 기부를 함께하며 탐스 철학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몇 년 전부터 탐스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착한 기업이 빠지기 쉬운 오류를 범한 것이다. 탐스는 장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해야 생존이 가능한 영리회사다. 착한 소비를 강조하는 마케팅은 단기적으론 수익을 주지만 장기적으론 관심받기 어려운 전략이다. 상품의 질이나 서비스, 디자인 등의 업데이트 없이 착한 소비만 강조하면서 소비자의 재구매를 유도하긴 힘들다.
서스테이너블 커피에 대한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종전의 공정무역 커피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커피 재배 농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데 한정됐다. 하지만 서스테이너블 커피는 여기에 수질, 토양, 생물 다양성 보호라는 개념을 추가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할리스커피는 전 매장에서 열대우림연맹(RA) 인증 원두를 사용한다. 개구리 마크로 알려진 RA 인증은 인권보호를 받은 노동자들이 친환경 농법으로 키워낸 농작물에 부여하는 마크로, 환경과 노동자 인권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가 가능하다.
결국, 소비가 위축된 저성장 국면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마케팅은 화려함이나 기능적 우월함이 아니라 소비와 동시에 환경, 윤리, 도덕 등의 감성을 향유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디자인과 가격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브랜드 스토리까지 주목하며 제품을 구매한다. 저성장, 가치소비, 환경에 대한 고민이 맞물리면서 서스테이너블은 메가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제 소비자는 기업의 윤리적 혹은 도덕적 경영에 주목하고 제품을 구매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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