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구속기소된 지 3년 9개월 만이며 2016년 10월 최순실의 태블릿PC 공개로 국정농단 사건이 촉발된 시점으로부턴 4년 3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20년·벌금 18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35억 원의 추징금도 함께 확정됐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공천 개입 혐의로 이미 확정된 징역 2년을 더해 모두 22년의 징역형을 살게 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법원 판결 뒤 "불행한 사건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그러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핵심 관계자는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마자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저는 대통령님으로부터 별다른 말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대법원 판결을 변곡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 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이 언론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의중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 자리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사면론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전직 대통령 사면의 국민 통합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기여 못 할 것'이라는 응답이 56.1%로 집계됐다. 반면,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38.8%였고, '잘 모르겠다'는 5.1%에 불과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집권 5년 차 화두로 '통합'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반기 중 사면을 전격 결단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는 분위기다.
대법원 확정 판결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사면 논의가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개별 의원 차원에선 강성 지지층 사이의 부정적 여론에 기댄 사면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여당 내에서 찬성 기류도 일부 엿보인다. 부산시장에 출마한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사면론에 대해 "분열과 증오를 씻어낼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형 확정으로 법률적 제약이 없어진 만큼 '국민통합'을 내세워 두 전 대통령의 사면을 강력히 촉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구금 기간이 4년 가까이 돼 내란죄를 저지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더 길다"며 사면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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