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을 읽어요
구름에서 번식된 흰 눈이
회색 공중을 열고 무수히 쏟아지면
수정할 수 없는 폭설이
지상의 풍경을 바꿔요
허공을 점유하며 내리는 눈발이
어느새 몸의 둘레에 촘촘히 쌓여요
대설이, 온 세상을 빠뜨리고
눈이 쌓인 바닥에는 어제가 들어있어요
아직 누구에게도 말해본 적 없는
하얀 고백이 입안에서 설레고
내 영혼을 어루만진 사람과 발이 묶여
불쑥 나타난 폭설에 갇히고 싶어요
그대와 함께
고립 속에서 있는 맛은 어떤 것일까요
서로의 입속에 달콤한 향으로 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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