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소는 오랫동안 농경사회의 가장 기본적이고 큰 노동력이자 운송 수단이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를 한 가정의 부를 상징하는 재산목록 1호로 꼽아왔다. 농사를 근본으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묵묵히 일하는 근면 성실한 소의 힘을 빌려서 농사를 짓고 부를 축적했는데, '소를 팔아 자식들을 키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가의 가장 큰 재산으로 간주하였다. 소를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들은 정월 첫 번째 축일을 소날이라 부르며 이날이 되면 소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소를 잘 먹였다고 한다.
꾀부림 없이 평생 인간을 도와 일만 하고, 죽어서도 가죽과 고기를 남겨주는 소는 조상들에게 재산을 넘어 가족 같은 동물이었다. 그래서 소는 가축이라기보다는 생구라 하여 한 식구나 다름없이 소중히 여겼다. 일부 지역에서는 송아지가 태어나면 사람이 아기를 낳을 때처럼 부정 타지 말라고 대문에 금줄을 치기도 했고, 어미 소에게는 미역국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과 친숙하게 지내며 끊임없는 노동력을 제공해 온 이유로, 소를 순종과 힘, 참을성과 근면성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리고 풍년과 평화로운 분위기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였다. 옛사람들은 입춘 전후에 풍년을 기원하며 흙이나 나무로 만든 소 인형을 세우기도 하였으며, 풍년을 기원하는 각종 제례에서는 소가 신성한 제물로 바쳐졌다. 또한 소가 풀을 뜯고 목동이 한가로이 피리를 불고 있는 그림은 평화롭고 한적한 분위기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어리석거나 고집이 세다는 이미지도 함께 가지고 있어 '황소고집' 또는 '소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도 있다.
2021년 신축년 흰 소의 해를 맞아 풍요로운 소의 기운을 받아 많은 복과 좋은 일들이 넘쳐나기를 그리고 소의 우직함을 닮아 어려운 일들이 있어도 성실하고 우직하게 잘 헤쳐나가길 바라본다.
/이미경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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