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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섭 교수 |
근대 교통도시로 출발한 대전은 여전히 중부권 광역교통망의 중심을 이루면서 과학도시라는 정체성을 더해 앞으로 더욱 큰 역할이 기대되는 도시다. 세종시는 2030년 인구 50만을 목표로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복합도시를 지향하는 실험적 도시개발로 세계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청주시는 오창 첨단기술산업단지와 오송바이오밸리 건설과 함께 남서축으로의 확장과 발전 모멘텀을 강화하고 있다. 대전과 세종, 청주가 광역 벨트인 메갈로폴리스를 이루면서 각 도시가 가진 특성과 강점을 살리고 기능을 분담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도시개발 전략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게다가 지척 범위의 공주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공산성과 마곡사가 위치한다. 계룡시는 3군 본부가 있는 군사도시의 정체성이 확연하고, 논산시는 논산평야를 바탕으로 이 지역 먹거리 생산의 중축역할을 담당한다. 메갈로폴리스를 중심으로 지역의 도시들이 서로 호혜적이고 상보적인 관계를 이룬다면 상생 발전하는 모범적인 발전모델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간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었다. 한 도시에서 추진하는 의욕적인 사업을 인접도시가 나서서 반대하거나 경쟁적으로 지원하여 아예 다른 지역으로 빼앗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양보를 못하는 지난한 줄다리기로 엉뚱한 패착을 만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각 도시에서 발표하는 발전계획은 대부분 배타적 안 일변도였다. 장래의 광역교통망도 각자 자기 도시 중심으로만 제안하다 보니, 이를 총괄해야 할 중앙정부는 선뜻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메갈로폴리스는 영역권 내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장점을 서로 인정하고 공동으로 이용하면서 경쟁력을 갖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청주는 국제공항을 기반으로 항공교통의 관문역할을 수행하면서 의료와 바이오 등 특화를 도모하고, 세종은 행정수도 역할을 담당하면서 종합적인 복합도시로 발전하며, 대전은 구축된 대덕테크노밸리와 새로운 도시성장 기반산업을 키워 메갈로폴리스 모후도시로 역할 하는 모델을 떠올릴 수 있다. 공주는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바탕으로 메갈로폴리스 주민들에게 문화와 인문적 감성을 북돋우며, 옥천은 빼어난 자연환경을 매개로 휴식과 힐링을 제공하는 발전모델을 검토할 수 있다.
메갈로폴리스는 장기간에 걸친 긴 호흡의 프로젝트로 추진해야 한다. 정치적 구호와 막연한 주장보다는 상생 발전하는 모델의 마스터플랜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추진할 사업들부터 하나하나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선 대중교통시스템 통합운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대전, 세종, 청주가 각자 운영 중인 버스, 택시, BRT를 노선도와 번호체계 및 디자인을 통합하여 운영함으로써 환승 관련 시민불편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메갈로폴리스 구축을 위한 공감대 형성과 인식 확산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또한 도시 상생발전 통합위원회를 운영하여 문화, 체육, 레저, 유통 등 시설의 중복배치를 방지하고 상호 호혜적인 운영을 도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제경기 등 대규모 체육시설은 대전 월드컵경기장 등 기존 시설을 이용하되, 세종시 3생활권에 예정인 체육시설은 문화공연장으로 건설하여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대규모 미술관은 청주 국립현대미술관이 거점이 되고 다른 지역의 미술관들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일도 추진해 볼 수 있다. 아무튼, 차제에 메갈로폴리스 구축을 위한 활발한 논의와 창의적인 토론이 활발히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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