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노무사 |
다만 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로 인하여 비용을 부담하거나 법을 준수하여야 하는 기업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법·개정 시에는 노동계 및 경영계, 전문가 집단의 의견수렴을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노동관계법령의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충분한 사회적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불완전 상태에서 입법이 되거나 그렇지 않고 일방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형태의 법안이 제정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최근에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 지급 금지규정이 삭제된 것이 그중 하나인데,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이 금지된 것은 2010년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시행한 것과 관련이 있다.
노동조합 전임자의 급여지급을 중단하는 대신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는 근로시간면제자도 유지되고 노동조합 전임자도 유지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90년대 후반부터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상당히 논의가 이뤄져 오다가 약 10여 년간의 절충 기간을 거치고 2010년에 시행되었던 것인데, 이를 이번에 번복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것이다.
근로시간면제제도가 2010년 시행 이후 약 10년간 안정적으로 시행, 정착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다시 번복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근로시간면제자와 노동조합 전임자가 구분되지 않는 현실 노동관계 하에서 노동조합 전임자에게 유급을 인정하게 되면, 실제로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법 개정안 통과 이후 경영계는 노동조합의 추가적인 임금 지급 요구나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 지급 요구에 관한 대응에 걱정을 언급하는 인터넷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 제정하려고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너무 졸속처리 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다. 기업경영은 설립자의 이윤을 추구를 목적으로 하기도 하지만 그 이윤추구 범위 안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적으로 이바지하는 바가 상당한 데, 단순히 처벌만을 위한 법령의 제정이 과연 일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와 비교하였을 때 형평성이 있다고 볼 수 있나 하는 측면이 있다.
제정법령의 처벌 수위를 보면 중대재해 발생 시 대표이사는 무조건 실형이거나 또는 상당한 벌금이 부과하도록 제정안이 발의되었다.
기업의 대표이사를 한다고 하여 무조건 상당한 이익을 얻어 가는 것도 아닌데, 사망사고 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면 누가 과연 사업을 하려고 할 것인가?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고, 대표이사직을 회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법을 제정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처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에도 노동청과 산업안전공단의 점검 및 시정지시를 받았음에도 개선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또는 작업자가 위험 사항을 통보하고 개선을 요구하였음에도 개선요구가 이행되지 아니하여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중하게 처벌토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전 경고 또는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 제정되는 법의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고 무조건적인 처벌만을 명시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법은 한번 제정되면 변경하기 어렵고 경영계 및 노동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사회적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면밀히 검토하여 제정, 개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영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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