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목가적 풍경, '목동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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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목가적 풍경, '목동오수도'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1-0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계룡산 자락 갑사는 마곡사 말사로 국보 제298호인 삼신불괘불탱화(三身佛掛佛幀畵)를 비롯, 철 당간 및 지주(보물 제256호), 갑사 부도(浮屠, 보물 제257호), 갑사 동종(銅鐘, 보물 제478호), 선조 2년 간 월인석보 판목(月印釋譜 板木, 보물 제582호), 갑사 석가여래 삼세불도(釋迦如來 三世佛圖, 보물 제1651호) 등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삼국시대 창건된 것으로 전한다. 1597년 정유재란 때 건물이 모두 불타 1604(선조37)년 대웅전과 진해당 중건을 시작으로 재건되어 오늘에 이른다.

금잔디고개로 향하는 삼거리에 삼층 석탑이 있다. 공우탑(功牛塔)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대웅전 쪽에서 대적전 방향으로 가는 계곡 건너 산자락에 있었다. 원래는 갑사 소속 다른 암자에 있었다 한다. 3층 옥신에 공(功)이, 2층 옥신에 우탑(牛塔)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1층 옥신에 '누운 탑 일으켜 세우니, 사람 도리에 우연히 부합되네. 세 번이나 힘들었으니 그 공덕 으뜸이네.(臥塔起立 人道偶合 三兮乙乙 厥功居甲)'라 새겼다. 갑사 중창에 공이 지대한 소를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전한다.

이 탑에 얽힌 전설이다. 전란으로 떠났던 승려가 하나둘 다시 모이면서 중창 불사를 도모한다. 탁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어느 날, 하산길에 구슬픈 소 울음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소가 줄에 감겨 사경을 헤매고 있다. 목에 감긴 줄을 풀어 구해 주었다. 세월이 흘러 불사가 시작되었다. 하다 보니 불사에 사용될 돈이나 공사 자재가 턱없이 부족하였다. 불사 걱정에 노심초사하던 중 어떤 소가 나타나 일을 도왔다. 그 소는 얼마 전에 구해 주었던 소였다. 소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자재를 실어 날랐다. 공사 마감자재까지 모두 운반하고 지쳐 쓰러져 죽었다. 소의 공덕에 감탄하여 '우보살(牛菩薩)'이라 칭하고 정성껏 장례 지내 주었다. 그를 기려 3층 석탑을 세우고, '공우탑'이란 명문을 새긴다.

불가에는 승려의 법명이나 법호, 특정 건물이나 처소에 소와 얽힌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특히나 사찰 벽면에 그려진 심우도, 목우도 등도 많이 접할 수 있다. 종교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도 소는 친근하고 밀접한 관계로 곧잘 등장한다.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만 살펴보자 경북 구미 산동면 인덕리에 있는 의우총(義牛塚)이다.



문수점(文殊店)에 사는 김기년(金起年)이란 사람이 암소 한 마리를 길렀다. 어느 해 여름 밭을 갈고 있었는데, 갑자기 호랑이가 숲에서 튀어나와 암소를 공격하였다. 김기년이 괭이를 들고 호랑이에게 달려들자 이번에는 호랑이가 김기년을 공격하였다. 이에 소가 뿔로 들이받아 호랑이를 물리쳤다. 김기년이 호랑이에게 물린 후유증으로 20여 일 만에 죽자, 소가 식음을 전폐하고 따라 죽었다. 마을 사람들이 소를 묻어주고 그 묘를 의우총이라 불렀다. 선산부사(善山府使) 조찬한(趙纘韓)이 이 이야기를 기록하였다 한다. 1660(인조8)년 비석을 세웠고, 1685(숙종11)년 화공에게 설화 내용을 그리게 하였다. 의우도 8폭이다. 1993년 그림을 확대, 돌에 부조로 새겨 봉분 뒤편에 나열해 세웠다. 1994년 9월 29일 경상북도가 민속자료 제106호로 지정하였다.

목동오수도
김두량 작 <목동오수(牧童午睡, 종이에 담채, 31×56㎝, 평양 조선미술관>
소 그림도 많이 전한다. 암각화나 고분벽화에도 전하니 그 역사가 꽤 깊다. 많이 그려지다 보니 도안화하여 널리 활용되고 친숙한 그림도 있다. 소 등에 피리 부는 목동이 앉아 가는 그림과 풀 뜯는 소 옆에 목동이 누워 오수 즐기는 그림이다. 평화롭고 넉넉한 목가적 느낌이 작가에게도 다가온 모양이다.

영모화를 그린 대부분 화가가 소 그림을 남겼다. 조선 중기 김시, 김식 부자와 이경윤 등이 그린 소 그림은 뿔이 길고 몸집이 오동통한 중국 남부지방 물소를 소재로 하고 있다. 소 등에 목동이 앉아 있는 그림도 꽤 있다. 자화상으로 잘 알려진 윤두서 작품에 <경답목우도>가 있다. 그가 살던 해남 녹우당 근처에 있을 법한 풍경이다. 산수화인지 풍속화인지 구분이 애매하다. 중경은 산비탈 밭에서 쟁기질하는 모습이 있고, 근경에 풀 뜯는 소 두 마리와 그 뒤로 구부린 다리 꼬고 누워, 팔베개하고 오수 즐기는 목동이 있다.

그림은 윤두서의 제자요, 영모화로 유명한 김두량(金斗樑, 1696 ~ 1763) 작 <목동오수(牧童午睡, 종이에 담채, 31×56㎝, 평양 조선미술관> 이다. 국립문화재 연구소가 2008년 <사진으로 보는 북한 회화-조선미술박물관>을 발간하며 소개한 281점 중 하나이다. 임화(臨?)도 중요한 그림 공부 중 하나이다. 보고 그렸는지, 보고서 영감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 북한이 소유하고 있고, 다른 작가 그림보다 섬세한 관찰이 돋보여서 소개한다. 3분의 2에 소가 그려있다. 우리식 코뚜레와 목사리, 골격이 잘 묘사되어 있다. 양감의 표현에도 신경을 썼다. 버드나무 뿌리에 매 놓았다. 풀어진 웃옷 사이로 목동의 불룩한 배가 드러나 있다. 천진난만한 목동 모습을 그리고 싶었나 보다. 세간에 알려진 선화를 그렸을까, 목우도(牧牛圖) 여섯 번째 목동이 할 일이 없는 경지인 무애(無碍), 심우도 여섯 번째 삼독(三毒)에서 벗어나 피안의 세계로 향하는 기우귀가(騎牛歸家)에 해당한다. 검은 소가 흰 소로 바뀐 다음이다.

소의 해이다. 소의 의로움과 충직함, 꿋꿋함과 근면성, 평화와 여유가 생각나서 소개하였다. 불가에서는 공부하되 수행이 없으면 손님이요, 수행하는 자가 곧 주인이라 한다. 몰라서 못사는 사람이 있을까? 실천궁행(實踐躬行)으로 우보만리(牛步萬里) 할 일이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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