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당시 임신 중이었지만 5살 이었던 아들과 함께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다같이 촛불을 들고있어?"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대통령이 아주 큰 잘못을 해서 국민들이 아주 화가 많이 났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탄핵이, 퇴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몰라도 잘 참여해 주었고, 그 후로도 관련 뉴스가 나오면 관심있게 지켜보며 얘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버틴 국민의 힘으로 불가능할 것 만 같았던 대통령의 탄핵이 이뤄졌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다스 실소유 등 각종 비리와 관련된 혐의로 구속되며, 현재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수감된 상태다. 우리 국민들에게나 역사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적폐청산과 정의실현을 위한 국민들의 염원으로 어렵게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들려온 갑작스러운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건의' 소식으로 많은 국민들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그것도 야당이 아닌 집권여당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라 더욱 놀랍다. 일단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반대 의견을 표하고 있다. 시기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미 17년의 형을 확정받은 이 전 대통령의 경우와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역시 반대 입장이다. 언젠가는 제기될 수도 있는 문제지만 이렇게 빨리? 이 대표는 "코로나 위기 속 국민통합을 위한 발언이었다"고 설명했지만 당내에서조차 당황한 기색이다. 일부 시민들은 "이럴려고 추운 겨울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마저 든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두 대통령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언젠가 사면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전두환 전 대통령 사례를 통해 진정성 없는 사면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지켜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대를 자국민 학살에 동원한 5.18 사건과 관련해 감옥에 수감된 지 2년만에 석방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당시 상황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책임을 회피하며 오히려 죄가 없다며 당당한 모습이다.
반성없는 사면은 무의미하다. 또다시 같은 과오를 반복할 순 없지 않은가.
서혜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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