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손흥민 원더골의 숨겨진 조건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손흥민 원더골의 숨겨진 조건

  • 승인 2021-01-05 13:24
  • 수정 2021-04-30 23:51
  • 신문게재 2021-01-06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KakaoTalk_20200519_160803163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기록한 100골 중 단연 최고의 골 하면 열에 아홉은 2019년 12월 EPL 16라운드 번리와의 경기에서 터트린 73m 원더골을 꼽을 것이다.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킨 역사적인 골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2020년 최고의 골 푸슈카시상에 뽑히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손흥민이 토트넘의 홈구장이 아닌 동남아리그의 축구장에서 번리전을 뛰었다면 환상적인 원더골이 가능했을까? 손흥민이 70m가 넘는 거리를 드리볼로 질주하는데 걸린 시간은 12초에 불과하다. 육상선수에 버금가는 엄청난 스피드를 공을 차면서 달리려면 공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굴러가야 하는데 이는 선수 개인의 테크닉과는 별도로 중요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경기장 조건이다. 제아무리 월드클래스 손흥민이라 하더라도 한강 둔치공원 잔디밭에서 경기를 뛰게 했다면 골은커녕 치명적인 부상을 초래했을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구단들은 전문가로 구성된 잔디 관리팀을 핵심 부서로 운영하고 있다. 박지성이 몸담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 래포드(Old Trafford)경우 잔디 전담 직원만 20명이 넘는다. 다년간의 경력과 전문지식을 가진 이들은 잔디의 생육 상태부터 그라운드의 평탄도, 우천시 배수 등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경기장을 관리한다. 토트넘, 아스널, 리버풀, 뉴캐슬 유나이티드, 사우스햄턴 등 프리미어리그의 다른 구단들도 맨유에 버금가는 수준의 경기장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팬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환상적인 골의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잔디 장인들의 노력이 숨어있다.

2002월드컵 이후 우리나라의 주요 축구장도 프리미어리그 수준의 사계절 잔디가 깔렸다. 현재 K리그 경기장 22개소 대부분이 FIFA가 권장하는 기준의 잔디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형잔디와 달리 K리그 축구장에선 '켄터키 블루그라스'를 많이 쓴다. 흔히들 말하는 사계절 양잔디다. 버뮤다그라스, 라이그라스, 벤트그라스 등 다른 품종들도 있지만, K리그에선 캔터키 블루그라스를 최고의 잔디로 인정하고 있다. 가을이면 옅은 황톳빛으로 변하는 한국형 잔디와는 달리 양잔디는 사시사철 푸른색을 유지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고온 다습한 우리나라의 기후에는 매우 약하다.



양잔디는 채광시간과 통풍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축구 전용구장의 경우 대부분 채광시간이 짧고 습한 구조다. 2001년에 준공된 대전월드컵경기장도 마찬가지다. 20년의 세월을 열악한 조건에서 근근이 생명을 유지해왔다. 올해 8월이면 수십 년간 묵어있던 잔디가 속살을 드러낸다. 잔디의 뿌리를 잡아주는 토양층을 비롯해 배수 시스템, 통풍장치를 전면 개선한다. 시티즌 23년 역사의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2021년 1부 리그 진출의 꿈을 이룬 대전하나시티즌이 프리미어리그급 경기장에서 홈 개막전을 펼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5.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1.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