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2강 우생마사(牛生馬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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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2강 우생마사(牛生馬死)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1-01-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풍요와 부' 흰 소의 기운<YONHAP NO-0004>
'풍요와 부' 흰 소의 기운
2021년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를 맞아 경남 함양군에 자리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백우 어미소와 송아지가 나란히 걷고 있다. 가축유전자원센터는 2009년 백우 3마리를 수집한 이후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복원·증식하고 있으며 현재 25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연합
제52강 우생마사(牛生馬死) :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

글 자 : 牛(소 우)生(날 생, 살 생)馬(말 마)死(죽을 사)

비 유: 어렵고 힘든 상황일 때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순리대로 행동함과 성실하고 ?우직한 뚝심으로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인내를 가지고 정진함을 비유.



새해가 밝았다, 어두컴컴한 대지를 밝은 태양이 구석구석 비친다. 천지는 밝았는데 한구석 사람들의 마음은 밝아지기를 희망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과 같다



2020년의 대한민국 자화상이다. 코로나19의 맹위(猛威), 무너지는 서민경제, 무소불위의 권력행사와 다툼 등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신축년(辛丑年)의 천간인 신(辛)은 경(庚)으로 모습이 고쳐진 생물이 열매를 맺어 완전히 새로워진다는 '신(新 /새 신)에서 따왔으니 새롭게 이루었다(辛者新也)는 의미이다.

지지의 축(丑)은 맺는다는 의미의 맺을 뉴(紐)에서 따온 것이니 땅이 열린다는 새벽2시에 해당하고 자(子)에서 새끼 친 종자가 싹으로 맺어져 땅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것이다[(출처:대산주역강의(1) 상경(上經) 천간과 십이지지 자의(字義)]

어쨌든 신(辛)은 음금(陰金)으로 금의 흰 색깔을 적용하면 흰 소의 해가 되는 셈이다. 소와 사람은 천생의 연분이다. 소는 순하면서 충직하고, 열심이며, 재산이기도 하다.

소와 관계되는 고사성어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지어진 것이 많다.

쾌산원우(快山寃牛), 우승정승(牛乘政丞), 우이독경(牛耳讀經), 우각괘서(牛角掛書), 우보천리(牛步千里) 등이 많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우생마사(牛生馬死)는 우리에게 또 다른 교훈을 준다.

아주 넒은 저수지에 말(馬)과 소(牛)를 동시에 던져 넣으면 둘 다 헤엄쳐서 뭍으로 잘 나온다. 특히 말(馬)은 헤엄 속도가 매우 빨라 소의 두 배 속도로 땅을 밟는데 네 발 달린 짐승이 헤엄을 그렇게 잘 치는지 신기하기까지도 하다고 한다.

그런데 장맛비에 큰물이 날 때 물에 소[牛]와 말[馬]을 동시에 빠뜨려보면 소[牛]는 살아서 나오는데 말[馬]은 익사(溺死)한다고 한다.

말은 헤엄을 잘 치지만 강한 물살을 이겨 내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려고만 하니까 1m 전진하다가 물살에 밀려서 다시 1m후퇴 하기를 반복하게 되는데 결국 한 20분 정도 헤엄치면 제 자리에서 맴돌다가 지쳐서 물을 많이 먹고 익사해 버린다고 한다.

그런데 소는 절대로 물살을 위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 그냥 물살을 등에 지고 같이 떠내려간다. 저러다 죽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10m 떠내려가는 도중에 1m정도만 헤엄쳐 강가로 접근을 지속적으로 하여 약 2~3㎞가량 떠내려 가다가 어느새 강가의 얕은 모래밭에 발이 닿고 나서야 엉금엉금 걸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헤엄을 두 배나 잘하는 말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 힘이 빠져 익사하고 헤엄이 둔한 소는 물살에 편승해서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진다.

이것이 바로 우생마사(牛生馬死)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아무리 애써도 일이 꼬이기만 할 때도 있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 때 소와 같이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순리를 따라 행동하는 지혜 또한 필요하다.

우리는 작년 코로나19라는 천재(天災)전염병에 혹독한 고난을 경험하고 있다. 모두들 지쳐있고,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종결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지만 급하게 서두른다고 빨리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서로 도우며 함께 극복해야 될 과제인 것이다. 마치 황소걸음처럼 뚜벅뚜벅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것이다.

농부(農夫)는 알고 있다. 해뜨기 전이 더 어둡다는 것을... 일단 요란한 출발보다는 조용하고 충분한 준비로 하루와 일 년을 시작하자. 그리하면 내일은 분명히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고 세상이 밝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성급한 마음으로 모래성을 쌓지 말고 느리게라도 반석 위에 성을 쌓도록 하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유향(劉向)의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의 고사에 토끼를 발견하고 나서 사냥개를 돌아보아도 늦지 않고, 양(羊)을 잃은 후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다(見兎而顧見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견토이고견 미위만야 망양이보뢰 미위지야)고 했다.

그리고 조선중기 명재상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도 "임진난(壬辰亂)을 겪고 도성에 돌아와 지은 시(詩)중 일부에 "지난 일이야 비록 어쩔 수 없다해도 앞으로의 일은 그래도 대처할 수 있으리라(往者雖已矣, 來者猶可及/왕자수이의 래자유가급)"라고 했다.

모두들 지난 일보다 다가올 미래에 중심을 두고 철저히 대비코자 하는 지혜가 아닌가?

대망(大望)의 신축년(辛丑年)이 시작되었다.

어두운 긴 터널을 황소걸음으로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후손에게 조금도 부끄러움이 될 언행은 삼가고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해 다시 태어나는 기분으로 새로이 출발하면 좋겠다.

이미 민초(民草)들은 고초를 겪으면서 서서히 다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아직도 권력과 명예의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위 지도자들의 대오각성(大悟覺醒)이 필요하다.

흰 소의 신령(神靈)함을 믿고 밝고 힘차게 신축년 출발을 다짐해 본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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