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노생지몽(盧生之夢)과 공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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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노생지몽(盧生之夢)과 공자이야기

김용복 / 극작가

  • 승인 2021-01-04 16:3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노생의 헛된 꿈 즉 인간의 부귀영화가 꿈처럼 다 부질없다.

인생과 영화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로, 심기제(沈旣濟)가 쓴 중국 당대의 풍자소설 〈침중기(枕中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나라에서 당시 가장 번화했던 한단 지역과 관련이 있어 한단몽(邯鄲夢) 또는 한단지몽(邯鄲之夢)이라고도 하고, 밥 짓는 동안이라 하여 일취지몽(一炊之夢)이라 칭하기도 한다. 그 당시에 풍미했던 명예와 이익만을 좇는 실리주의를 빗대어 쓰는 말이다. 덧없는 인생을 짚고 `지족상락(知足常樂) 능인자안(能忍自安)'[만족할 줄 알면 늘 즐겁고 능히 참으면 스스로 편안하다]을 새기게도 한다.

보자 어떤 이야기인가?

중국 당나라 때 가난한 농촌 출신의 노생이라는 젊은이 이야기다.



노생이 허름한 차림으로 조나라 수도인 한단으로 가는 도중에 길가 주막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마침 같은 곳에 `여'씨 성을 가진 노인도 함께 주막에서 묵게 되었다. 노인은 득도(得道)한 노인이라 했다. 노생이 득도한 노인과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자신의 신세를 한숨 섞인 푸념을 토로했다.

"입신출세하여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데 헛된 생각인가요? 하면서 술기운에 잠이 들어 버렸다. 꿈속의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노생이 주막을 나서 길을 재촉하여 가던 중 한 마을로 들어간다. 거기서 마을 최고 부자의 딸과 결혼하고, 재산도 늘어나 고래등같은 집에서 살게 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과거에도 급제하여 지위가 상승하여 도성의 장관이 되고, 후엔 오랑캐를 물리치는 큰 공을 세워 재상의 자리까지 올랐다.

언제나 행운 뒤에는 불행이 따르는 법. 그를 시기하던 반대파의 모함으로 역적으로 몰려 귀향을 가게 되고 병까지 얻게 된다.

"아아, 고향에서 농사나 지었다면… 내 어찌 부귀영화를 탐냈던가. 남루한 옷과 거친 음식을 입고 먹을 때가 … 아아."

칼을 꺼내어 자결하려 할 찰나 아내의 간곡한 만류로 자결은 미수로 끝나고, 깨어보니 꿈이었다.

노생은 옆에서 껄껄 웃는 소리에 주막에서 잠들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득도했다는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걸세."

노생이 꾼 꿈속의 이야기를 노인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 하나 더 해보자.

사람에게는 두 개의 눈이 있다. 이 두 개의 눈은 안에서 바깥을 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자신의 눈썹이나 자신은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두 개의 눈으로 바깥만 보았기 때문이다.

바깥으로 보아왓던 사물이 너무 멀거나 가까워도 잘 보이지 않는다.

공자님에 얽힌 일화다.

공자가 어느 날 길을 가는데 한 동자가 태양을 가리키며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님! 혹시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얘야, 그건 너무 멀어서 모르겠구나!"

"그럼, 가까운 건 알 수 있습니까?"

"알 수 있지."

"그럼 공자님 눈 위에 있는 눈썹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아하, 그건 너무 가까워서 모르겠다."

순간 공자가 한탄하면서 "멀리 떨어진 것은 멀어서 모르고, 가까우면 가까워서 모르니 안다고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맞는 말이다.

나는 지난해 11월 3일 12시 59분에 내 아내 오성자를 저 세상으로 보냈다.

참으로 사랑했던 아내다. 5년간 치매 앓는 아내를 돌보면서 행복을 알게 됐다. 병으로 고통받는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아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내 아내 오성자는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은 먹지를 안 했다. 그래서 배추김치도, 열무김치도 내가 직접 담가서 먹여주었고, 아욱국이나 미역국을 끓여주면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 맛있게 받아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함께 살아온 56년 가운데 건강할 삶을 산 51년간은 아내가 소중한 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자주 침묵으로 싸우기도 했고 다투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내가 치매라는 판정을 받고 나서 아내가 보이기 시작했고 내가 발견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자식들이 귀하게 보이고, 친구들과 주변 이웃들이 소중하게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왜 그럴까?

젊은 날 잘 보이던 글씨나 사물의 모습은 갈수록 희미하게 보이는데 내 자신이 확실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떠날 때가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것을 버리게 되고, 버리고 나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젊었을 때 소중하게 보이던 것들이 쓸모 없는 물건으로 보이는 것, 이것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인 것이다.

이제는 아내를 사랑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자녀들을 사랑하고, 형제자매들을 소중히 여기며, 친구들과 이웃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떠난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아내 잃은 슬픔을 속히 잊는 것이다. 다만 먼저 갔을 뿐이니까.

친구여, 이웃들이여.

노생처럼 헛된꿈을 좇아 방황하지 말고 걸림돌 생기면 나와 힘을 합쳐 치우자. 친구들과 이웃들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는 걸 이제야 깨닫게 돼 미안하다.

김용복 / 극작가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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