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
코로나19 대유행은 우리가 공익을 위해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대유행 초기부터 일치단결하여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엄청난 제약조건들을 감수하였다. 이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연대하여 행동한다면 기후 위기 같은 더 큰 위협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코로나 위기는 우리네 환경도 변화시켰다. 해안 지역의 공기와 물은 더 깨끗해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역사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듯하다. 위기 이후에 오히려 새로운 기록들을 갈아치울 위험도 있다. 이러한 '반등' 효과는 2008/09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관찰된 바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인간의 고통을 생각하면 그 누구도 기후 위기에 손뼉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CO2 배출량의 장기적인 추세 반전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최대 섭씨 2도 이하로 낮추려면 향후 수년 동안 우리의 경제와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독일의 정치경제학자 마야 괴펠(Maja Gpel)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성장과 번영 중심의 성장주의에서 벗벗어나야 한다고말한다. 세계를 지탱시킨 각종 시스템의 과부하로 나타난 현상 중 하나가 코로나19의 출현일 수 있다. 이제 국내 총생산으로만 우리 경제를 진단할 것이 아니라, 광범한 세제개혁의 일환으로 인간의 복지와 환경에 대한 우리의 영향력 같은 요인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기업은 자사의 이익을 넘어 자원의 사용 같은 생태 발자국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기업들은 나쁜 PR을 피하려 스스로 더 친환경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위기는 우리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였다. 개혁 없이는 경제를 구할 자금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불행히도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금융위기 이상으로 엄청난 긴급구제자금을 뿌리고 있다. 현실적인 경제정책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고, 예전의 낡은 시스템의 안정화가 목표이고, 기후정책은 뒷전이다. 이는 단기간에 지속 가능한 구조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혹자는 경기 침체에 무슨 기후 타령이냐고 핀잔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 세계에서 무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니코 페히(Niko Paech) 같은 포스트성장 경제학자들의 주장처럼, 지금의 위기는 오랫동안 우리 인간이 알면서 저지른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이제는 예전의 현상 유지로 회귀하여 살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예전과는 너무나 다른 생태 환경을 체험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과 직업 생활은 지금도 봉쇄와 감속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디지털 재택 강의나 업무 솔루션은 놀랍도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현되었다. 연구실이나 사무실보다 가족이나 주변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복지를 누릴 여유도 생겼다. 자연스레 생산과 소비 사이의 생태 발자국을 최소화한 때문에 더 지속 가능하고 더 느린 삶의 모델을 찾을 수가 있었을 것이다. 이웃과 연대, 복지, 의료, 위생 같은 생명 경제가 이윤 극대화와 사회적 명망보다 더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모델이다. 이렇게 우리 삶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우리 삶에 필요불가결한 조건들을 장려하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을 할 때 우리는 건강한 신축년을 누릴 자격이 있을 것이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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