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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 박사 |
코로나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코로나와 함께 인류의 삶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내놓고 있다. 근본적인 퇴치가 불가능하다면, 어쩌면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 국가와 사회의 전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와 삶의 구조적 행태마저 바꿔버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코로나의 변이현상이 더 두려운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성공한다 해도, 여전히 집단감염의 개연성과 그로 인한 공포와 불안은 상존할 것 같다. 코로나 탓에 전 세계적으로 개인과 집단의 자유와 일상이 제한되고 있다. 지난날처럼 평온한 일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인류사에서도 유례없는 불행한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게다가 정치와 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어떤 변화가 닥쳐올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생사를 겨누고 있는 공포와 불안은 육체와 정신마저 훼손하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심해야만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위험 여부를 모든 결정의 최우선에 두는 사회가 곧 위험사회다. 위험은 이미 경험을 통해 습득한 사례로서 우리가 이미 인지하고 있다.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 위기현상이다. K방역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용케도 잘 넘겨왔다. 정부의 강력한 권고와 경고에 온 국민이 믿고 따랐기에 가능했고, 의료진과 전문가들의 헌신 덕분에 그나마 지금의 수준에 와 있다. 현 정권이 K-방역의 성공적 진행에 들떠서 백신 확보를 소홀히 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반면에 방역대책과 백신 관련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권고와 조언을 경시했다면 여간 큰일이 아니다. 코로나는 속세적 권력과 정치를 모른다. 권력과 정치 역시 코로나를 잘 모른다. 우리 정치는 병의 원인을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지만, 의사는 병의 원인을 모르지만, 열심히 치료하면 병을 낫게 한다. 정치와 과학의 극명한 차이다.
집단감염 위기를 전적으로 과학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작금의 위기를 간과하는 오만과 무지는 급기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글로벌 차원의 위험과 위기는 늘 있었지만, 특히 집단감염은 과학이 앞장서서 해결해왔다. 그런 역경과 노력이 인류 문명을 일궈 놓은 것이다. 생사를 다투는 사안을 놓고 각국은 인류애보다 자국 우선주의와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어쩌면 국가와 국민의 존립마저 위태하기에 취해진 조치로 여기고 싶지만, 글로벌 감염현상 타파를 위한 공동의 대책 마련과 협조체제가 턱없이 취약하다. 범지구적 관점에서 감염대책이 제대로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너도나도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판단이 국가 차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자연재해와 각종 대형사고는 안전에 대한 인간의 그릇된 기만과 통제와 관리 시스템 부실에서 기인한다. 코로나 집단감염은 유례없는 글로벌 차원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인류 문명의 몰락 여부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탓에 우리 사회는 이미 위험사회로 접어들었다. 사회 전체가 집단구치소나 다름없는 통제와 제약에 허덕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용기와 희망을 챙기면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처도 함께 고심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정부와 전문가들 특히 과학을 믿고 살아내야 한다. 정치권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정부는 온 국력을 동원하여 위험사회에서 탈출해야 한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희망인 하루하루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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