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은 안산시 보호관찰소에서 출소를 위한 행정절차를 마치고 취재진 앞 포토라인에 섰다. 방송과 신문사 기자들은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모습은 온라인에 바로바로 송출됐다. 피해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뒷짐을 지고 고개만 숙이는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조두순이 입고 있었던 카키색 패딩의 로고가 그대로 나가며 하루 종일 패딩을 만든 회사와 제품이 검색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해당 회사는 브랜드가 그대로 노출된 사진과 영상이 나가자 언론에 모자이크 처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성범죄자가 입었던 브랜드라는 인식이 박혀 자신들의 회사 이미지가 추락할 것을 우려해서다.
과거에는 블레임룩이라는 말로 범죄자들의 패션에 일반인이 환호하던 시대가 있었다. 블레임룩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비난받은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스타일이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비난하다'라는 뜻의 블레임과 외모 옷차림을 뜻하는 'look'의 합성어다.
대표적으로는 탈옥범 신창원과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이 여기에 해당된다. 1999년 탈옥범 신창원은 검거 당시 이탈리아 브랜드 미소니의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모조품이었지만 '신창원 티셔츠'로 알려져 없어서 못 팔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2000년에는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이 착용했던 에스까다 선글라스가 2016년에는 너무나도 유명한 최순실의 프라다 신발이 있다.
과거에는 자연스런 홍보에 브랜드마다 매출증대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장기적인 이미지 하락을 우려하는 추세가 크다.
지난해 3월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은 로고가 크게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포토라인에 섰다. 공공의 적인 조주빈을 비롯해 브랜드까지 하루 종일 뉴스의 대상이 되자 회사는 발 빠르게 입장문을 발표하며 선을 그었다.
인터넷이 발달되기 전 홍보수단은 언론매체와 입소문 등이 전부였다. 지금처럼 쌍방향 소통도 아니다보니 누가 멋있다고 하면 우르르 따라가는 경향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국민들의 수준향상과 쌍방향 소통은 의식 있는 소비자를 탄생시켰고 다양한 의견 교환 등으로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시대는 사라졌다. 이에 발맞춰 브랜드도 단기간의 매출 증가보다는 장기간의 가치를 더 중요시 하게 됐다.
브랜드마다 사람을 가려가며 판매를 할 순 없다. 그렇다고 범죄자도 특정 브랜드의 옷을 입고 의도적으로 포토라인에 서지도 않는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죄와 범죄자를 별개로 놓고 보듯 사람과 브랜드도 별개로 봐야한다. 블레임룩을 바라보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이다. 디지털룸 1팀 이성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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