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
새해를 맞이하면 기관이나 단체마다 고사성어를 하나씩 선정해서 발표하곤 한다. 나도 이즈음엔 신문에 게재되는 신년 사자성어를 관심 있게 읽으면서 그 뜻을 음미하고 내가 처한 상황이나 우리조직에 맞는 사자성어를 찾아보기도 하는데 삼국지에 나오는 봉산개도(逢山開道) 정신은 대전지역사회가 2021년의 화두로 삼을 만하다는 생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다. 2천년전 조조는 마른 흙을 뿌리고 부하들을 채근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지만 대전시민에게는 단기간에 대전을 국토의 중핵도시로 성장시키고 과학, 행정,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낸 불굴의 DNA라는 자산이 있다.
지난해 우리 대전이 풀어낸 매듭이 적지 않다. 대전시티즌은 투자유치를 통해 기업구단으로 전환했고, 하수처리장의 이전계획이 구체화 됐다. 12년째 표류하던 대전역세권개발이 정상궤도에 진입한 것이나 지역화폐가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혁신도시 지정, 트램과 대전의료원 예타면제도 이끌어 냈다. 도시의 경쟁력을 한차원 높였다고 자부할 만하다.
코로나라는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흡수해버린 바람에 이런 성과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지만 대전의 장기 미결과제들이 대부분 해소되는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 결정은 시민 대부분이 아쉬워하는 점이다. 특정인이나 특정부문을 향해 '네탓'을 거론하며 내부의 갈등을 만들기 보다는 정치, 경제, 언론 등 지역사회의 힘과 의지를 하나로 결집하는 능력이 아직도 부족한 것은 아닌지 반추하면서 중기부 이전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대전의 2021년 봉산개도(逢山開道)는 이처럼 상황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아직 대전으로 내려올 공공기관이 특정되지 않아 서류상으로만 혁신도시란 사실을 유념하고 지역경제와 청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기관유치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트램과 의료원도 마찬가지다. 일을 벌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그런 시설이 대전시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시민의 복리증진으로 연결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조처럼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좁은 길을 내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무엇보다 많은 시민의 참여와 관심이 뒷받침 되어야 한편으로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한편으로는 대전이 중부권 메갈로폴리스의 거점도시로 향하는 곧고 넓은 길을 열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2021년 새아침에 봉산개도(逢山開道)의 의미를 시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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