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은 뜻밖의 결과물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은 삶에서 만난 인생의 변곡점, 그 순간을 '뜻밖이다'라는 긍정의 토해냄으로 승화할 수 있는 것은 시인이 지닌 연륜의 힘이다.
김규성 시인은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대학 시절부터 문학을 가까이 해왔다. 그러다 2006년 '엽서시' 동인으로 활동하며 시인의 삶을 인생에 추가했다.
김규성 시집의 세 번째 시집 '뜻밖이다(한솔)'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우주관에서 본다면 가장 불완전하고 개체성이 강한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고자 했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첫 시집은 대학 다닐 때 썼던 시를 묶은 것이고, 11년 후에 나온 두 번째 시집은 '엽서시' 동인으로 활동하며 내놨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세 번째 시집 '뜻밖이다'를 내놓게 됐다. 이번 시집은 우체국 생활을 오래 하다가 퇴직하고 공장에 다니면서 쓴 시집이다. 시집을 내는 주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변곡점마다 책을 냈던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시인에게 인생의 변곡점은 부정보다는 긍정의 시작을 알리는 뜻밖의 사건이다. 그의 시 '힘-살아있는 돌'에서도 비슷한 맥락이 읽힌다. 시 마지막 구절에는 '생명은 뜻밖이다'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시인이 시집을 준비하면서 삶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던 것처럼, 뜻밖이라는 말은 우리 삶을 대변하는 가장 보편적인 가르침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줄 도화선으로 다가온다.
김규성 시인은 시를 계속 쓸 수 있는 비결로 평정심을 꼽았다.
시인은 "계속 시를 쓰는 것은 대학시절 배웠던 문학이 금전적 가치를 떠나 굉장한 소중한 배움이었다. 그 시절 시는 사람을 만나는 방식이었기에 지금까지도 미련이 남아서 시를 붙잡고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인은 무식해야 한다. 명예나 명성, 출판사나 문학상을 고민하기보다 평정심을 잃지 말고 자연인으로서 바라보고 그저 충실하면 된다"고 풀어냈다.
일하는 노동자에서, 남편과 아버지에서 비로소 시인으로 존재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휴일 아침 늦잠 자는 식구들이 깨기 전인 오전 8시부터 11시 사이가 바로 그 순간이다. 시인은 집 앞 갑천변 거닐며 물과 나무를 보고, 산을 보며 혼자만의 사색의 시간에 빠진다.
한편 김규성 시인은 시집 '뜻밖이다'와 함께 구술시집 '순옥이의 순옥미용실'도 함께 펴냈다. 구술시집은 미용사인 누이와 고향 보은에 대한 향수가 담겼다.
시인은 "보은 읍내, 농협, 군청 담벼락 밑 소방서, 보은극장 등 고향 보은은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사라졌다. 누이의 이야기 반, 제가 간직한 보은의 이야기를 반으로 해서 기억하고자 했던,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썼다"며 "구술시집은 생활 이야기다 보니 편하게 읽기 좋다는 분들이 많다. 시도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로 눈높이를 가져야겠다"라고 또 하나의 변곡점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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