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조용 평범하면서도 보통을 추구하는 내 삶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변화가 많은 해를 보냈다.
청약이 됐으니 뼈를 묻고 살 줄 알았는데 이사를 하게 됐고, 뼈를 묻을 것만 같았던 직장을 이직하기도 했다. 이직 과정은 또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내 상황도 벅찬데 나라도 시끄러웠다. 독감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던 코로나가 나라를 삼켜버렸다. 덕분에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해도 화장 번진다며 거들떠보지도 않던 마스크를 장당 2천원에, 그것도 일주일에 한 번씩 줄 서서 사는 날이 오기도 했다. 20분 거리에 사는 엄마를 두 달에 한 번 보는 게 당연해졌고, 시도 때도 없이 시끄럽게 재난문자는 울려댄다. 이 모든 일을 10개월도 안 되어 겪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이 정도는 시끄러움보다는 '소란' 정도였다. 4월 즈음 이사를 마치고 나니 '왜 이리 시끄러운 것이야?'
말로만 듣던 층간소음이, 언제부턴가 살인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그 층간소음이 내 온 신경을 파고들었다.
뉴스나 인터넷에서 종종 소식을 접했지만 '쫓아가서 싸울 일인가? 엄청 예민한가 보네'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나한테 일어나니 미칠 노릇이다. (현재진행형)
정부에서 코로나로 사람들과 거리 두며 집에 좀 있으랬더니 사람들을 불러 술먹고 소리지르며 놀아댄다. 술 파티→너 죽고 나 죽자→우리 사랑 영원히가 반복되니 내 생활이 망가졌다.
쪽지로 정중히 조심해주십사 했지만 먹혀버리고, 시끄럽다고 찾아가면 불법이라네? 건물주는 항상 조율중이라지만 나는 안다. 답은 없어.
절이 싫은 중은 떠나고 싶은데 전세가 없어 울어요.
#최근엔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무차별 폭행했다는 기사도 종종 봤는데, 솔직히 오바한다고 생각했었다. '자기가 정의의 사도야 뭐야?' 하지만 3차 대유행에, 3단계 격상 여부를 논하는 시국에, 올해만 조용한 연말을 보내자는데도 놀이공원에 사람이 몰렸다는 기사를 보며 헛웃음이 났다.
'나도 놀러 갈 줄 아는데, 나도 연말에 집콕하기 싫은데.. 다 같이 조금만 조심하면 내년에 다시 놀러다닐 수 있잖아' 내 머릿속이 시끄럽다. 오바한다던 그들이 이해된다. 혹시 내 가족이 저런 사람들 때문에 감염됐다면, 나도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안 한 사람을 보면 주먹부터 나갈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우습게도, 내가 무언가를 직접 겪어보고 나니, 어떤 행동이든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이다. 선을 지켜가며 살아야 한다. 어릴 때부터 20년은 족히 배웠는데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는다.
마스크로 입은 가렸는데 말은 가려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랫집은 시끄럽고 재난문자는 울려댄다. '왜이리 시끄러운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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