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1강 물부충생(物腐蟲生)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51강 물부충생(物腐蟲生)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0-12-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51강 물부충생(物腐蟲生) : 사물(事物)이 썩으면 벌레가 생긴다.

글 자 : 物(만물 물)腐(썩을 부)蟲(벌레 충)生(날 생, 태어나다)

출 처 : 순자(荀子)의 권학문(勸學文).소식(蘇軾 / 소동파)의 범증론(范增論)

비 유 : 남을 의심한 뒤에 그에 대한 비방이나 소문을 듣고 믿게 됨.



내부 약점이 생기면 곧 외부의 침입이 있게 됨. 불건전한 사회와 부패한 정치는 곧 범죄와 비리의 무대가 됨을 비유.

우선 순자(荀子)의 권학문(勸學文)을 보자

모든 사물의 발단에는 반드시 그 기인이 있고, 영예와 오욕이 오는 것은 반드시 사람의 덕망에 의한다. 고기가 썩으면 벌레가 생기고, 물고기가 마르면 좀이 생기며, 게을러서 자신을 돌보는 것을 잊어버리면 재앙(災殃)이 생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과녁을 펼쳐 놓으면 화살이 날아오게 마련이고, 나무숲이 무성하면 도끼가 이르게 마련이고, 나무가 그늘을 이루면 새 떼들이 와서 쉬게 마련이고, 식초가 시어지면 바구미가 모여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말[言語]은 화(禍)를 부를 수 있고, 행동은 치욕을 불러올 수 있으니,....(物類之起, 必有所始. 榮辱之來, 必象其德. 肉腐生蟲, 魚枯生?, 怠慢忘身, 禍災乃作.……是故質的張而弓矢至焉. 林木茂而斧斤至焉. 樹成蔭而衆鳥息焉. 醯酸而?聚焉. 故言有召禍也, 行有招辱也, 君子愼其所立乎.)」

라고 한 바, 이는 군자의 처세에 신중해야 함과 권력자들의 부정부패를 경계하는 말이다.

중국은 당시 주(周)나라가 천자국(天子國)이지만 천하통치의 역할을 못하면서 춘추전국의 혼란한 시대(BG770 ~ BC221)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혼란을 종식시킨 진(秦)나라는 중국을 통일하고 최초로 황제라는 칭호를 사용한 진시황이 역사에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진시황은 업적도 많지만 백성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어 결국은 창업 후 3대 4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당시 진나라가 망하기 전, 많은 고통 속에 삶을 살아온 백성들은 각처에서 우후죽순처럼 봉기하였고, 결국 강한 군의 조직을 가진 세력이 봉기의 중심이 되면서 최후에는 초(楚)나라 항우(項羽)와 한(漢)나라 유방(劉邦)이 최후로 패권(覇權)을 다투게 되었다.

이에 항우는 무용(武勇)이 대단하여 힘으로 유방을 몰아붙이면서 책사인 범증(范增)의 작전계획에 따라 거대한 세력으로 등장하게 되는 반면, 유방은 무용으로는 항우를 능가할 수 없었으나 유능한 인재들을 수하에 두고 있었다. 이른바 장량(張良), 한신(韓信), 소하(蕭何), 진평(陳平) 등의 보좌를 받으며 차근차근 그 실력을 쌓아가고 있었다.

이 때 항우의 책사인 범증은 유방의 세력이 날로 커지는 것을 보고 유방을 살해할 기회를 잡았으나 항우의 지나친 자만심으로 인하여 다 잡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 후 항우는 범증의 계책에 따라 유방을 한왕(漢王)에 봉하여 오지(奧地)인 한중(漢中) 땅으로 쫓아 버렸다. 한편 한중으로 들어간 유방은 명장 한신(韓信)을 얻고 다시 힘을 길러 항우의 관중(關中)을 급습하여 세를 확보한 후, 항우와 대치했다. 하지만 항우의 군대가 유방 군대의 보급로를 차단하자 유방의 군대는 식량이 떨어지고 말았다. 유방은 항우에게 강화를 요청했다. 범증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항우에게 권해 더욱 맹렬한 기세로 유방을 공격했다.

그러자 범증이 있는 한 강화가 성립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유방은 진평(陳平)의 계책에 따라 항우와 범증 사이를 이간(離間)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 말을 근거로 소식(蘇軾 / 북송시대 문인 소동파)은 그의 저서 범증론에서 이를 두고 이렇게 노래했다.

"물건은 반드시 부패하니, 그 속에서 벌레가 생긴다(物必先腐也,而後蟲生之). 사람은 의심하기 시작하면, 반드시 그 후에 상대를 모함한다(人必先疑也,而後讒入之)."

항우의 어리석은 의심이 범증을 버렸고, 결국 형세를 망쳤다는 탄식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바로 '물부충생(物腐蟲生)'이다. '모든 문제는 내부에서 비롯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부충생(物腐蟲生)'이 중국에서 한때 크게 회자(膾炙)된 적이 있다. 최고 권력에 오른 시진핑(習近平) 당시 공산당 총서기가 이 단어를 쓴 뒤부터다. 그는 고위 관리들이 참가한 집단학습에서 "물건은 썩으면 반드시 벌레가 생긴다"며 "부패가 드러나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패척결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이제 경자(庚子)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경자년은 코로나19를 포함하여 정치의 악순환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리라 생각한다. 날로 피곤해지는 생활, 권력다툼의 틈바구니에서 지쳐있는 삶, 희망을 볼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주인(국민)이 무시와 사기당하는 초라함, 힘에 눌려 허우적대는 무력함, 계속되는 분열과 불신의 무질서, 내로남불의 사회적 혼란, 냄새가 진동하는 부정부패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때문이다.

오죽하면 전국 교수회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가 1위로 선정되고 이어서 후안무치(厚顔無恥/얼굴 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운 줄 모른다)가 2위로 선정되었겠는가.

대학 전지십장(大學 傳之十章)에,

재물을 생산함에 큰 방법이 있으니 생산하는 자는 많고, 먹고 노는 자가 적으며, 일하는 자는 일을 빨리하고, 쓰는 자는 천천히(절약, 저축)하면, 재물은 항상 풍족하리라. (生財有大道 生之者衆 食之者寡 爲之者疾 用之者舒 則財恒足矣/생재유대도 생지자중 식지자과 위지자질 용지자서 즉재항족의) 라 하였다.

옛 선현들의 교훈을 잘 본받으면 잘못되는 법이 없는 것을……. 다가올 신축년(辛丑年)은 달라지겠지 하며 새로움을 기대해 본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