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섭 전교조 신임 대전지부장. |
2013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 처분을 받고 7년이 지난 올해 합법화되는 과정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대변인과 정책실장 등을 지내며 전교조 대전지부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정섭 전교조 신임 대전지부장, 그를 만나 대전교육 방향의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 그리고 2021년 전교조 대전지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역할과 사안을 들어봤다. < 편집자주>
-올 한해 전교조가 법외노조 취소 처분 등 변곡점의 한 해였다. 지난 2020년 뒤돌아보면 어떤 한해였나?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가 팩스 한 장으로 전교조는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를 한 게 지난 2013년 10월 24일이었다. 그해부터 지금까지 무려 8년을 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데, 이번에 전교조 대전지부장에 당선된 것보다 대변인직을 그만두게 된 게 더 기쁘다.
노조 전임이 아닌 학교현장에 근무하면서 날마다 언론 보도를 살피면서 교육청 움직임을 파악하고, 보도자료를 쓰고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대전교육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고 믿으면서 쉼 없이 달려왔다. 중도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버티고 해낼 수 있었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대전지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대법원이 올해 9월 3일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전까지 2506일 동안 전교조는 힘든 세월을 보냈다. 전국적으로 34명이 해직되는 아픔을 겪었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해 비정상이 정상으로 되돌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1월 해직됐던 지정배 전 대전지부장이 올해 9월 16일 다시 출근했고, 홍도동에서 빼앗겼던 노조 사무실은 둔산동에서 되찾았으며, 중단됐던 단체교섭은 재개됐다. 엄청난 변화가 생겨난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따지고 들면 그냥 7년 전으로 시곗바늘이 되돌려진 것일 뿐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처분 당시 지부장 해임 등에 사과를 요구했는데, 대전교육청과 대화는 어느 단계까지 진전됐나?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2016년 1월 21일 항소심 판결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지정배 당시 전 대전지부장을 해고했다. 또 단체교섭을 중단하는 등 법외노조 후속 조치의 칼을 휘두른 장본인이다.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하고 나서 곧바로 교육감의 사과를 요구했는데, 설동호 교육감은 "그 당시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많은 아픔을 겪은 데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앞으로 대전교육청과 단체교섭 등 대전의 교육 방향에 대해 어떤 요구를 할 계획인가?
▲전교조 대전지부가 한교조 대전본부와 공동으로 당시 김신호 대전교육감과 단체협약을 맺은 게 지난 2008년 7월이었다. 그 후 간헐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긴 했으나, 교육청의 무성의한 태도와 법외노조 국면 등으로 현재까지 무려 12년 넘게 대전 교사들은 무단협 상태에 머물러 있다.
초등돌봄 지자체 이관이나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전교조 본부 차원에서 교육부와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 교육청 내 코로나 전담팀 구성, 학교업무 정상화, 교원 근로조건 개선 등의 사안은 현재 대전지부가 교육청과의 단체교섭을 통해 요구하고 있다.
특히 특정 학교의 경우 교원의 역할인 수업·상담·생활지도 외 업무를 떠맡아 정작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이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단체교섭에서 교육청과 교육감이 '학교장 자율성 보장' 운운하며 교섭에 계속 게을리할 경우 교섭의 당사자인 교육감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청에 고소하거나,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대전에선 지난 스쿨미투 때와 마찬가지로 사립학교 운영관리 문제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사립학교의 문제 해결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 학교 행정실장의 공금횡령, S 중·고에서 벌어진 스쿨미투, 최근 한 사립 남고 이사장의 갑질 등에 이르기까지, 대전 사립 학교현장은 바람 잘 날이 없다. 교육감이 인사권과 징계권이 학교법인 이사장에게 있다는 이유로 지도와 감독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은 탓이 크다.
사립학교도 교육청이 주는 재정결함보조금에 의존해 운영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립학교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도 교육계 수장이 사립학교법 핑계만 대면서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 수습하려고 하지 말고, 사학의 공공성 회복과 비리 차단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다사다난했던 시절 대변인에서 이제는 지부장의 역할을 맡게 됐다. 마지막으로 신임 전교조 대전지부장의 각오는 어떤가?
▲능력이 부족한 까닭에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처럼 우리 조합원 동지들을 믿고 열심히 달려 볼 생각이다. 법외노조 세월이 길어지면서 전국적으로는 조합원 숫자가 감소했는데, 대전은 오히려 유치원과 초등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전의 현장교사들이 관리자의 비상식적 갑질과 부당한 행정업무 강요, 교권침해 등으로 그만큼 힘들어한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교사 일이 너무 힘드니까 지부 집행 간부를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도 있지만, 젊은 피를 수혈받아 서로 토닥거리면서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지 않는 자는 바이러스 자신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모두가 코로나 등으로 힘들고 지쳐있지만, 우리 미래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밝은 웃음을 떠올리면서 뚜벅뚜벅 희망을 일궈 가려고 한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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