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람 정치부 기자 |
그것도 고등학교 연극동아리 부원들이 하는 어설픈 연극이랄까.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나를 예쁘게 볼까.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나를 칭찬할까 등 본인들의 의무적인 역할은 방에 처박혀둔 채 이미지만 신경 쓰는 하류 배우들 같다.
한 번은 천안함 46용사 참배를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많은 정치인이 현충원을 방문했다. 언론사들의 카메라만 해도 족히 20대는 넘었으니 그날 그들의 '쇼'는 꽤 흥행한 셈이다.
한 의원은 천안함 용사 묘역 앞에서 좌절하는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는데, 그 행위는 마치 기자들에게 '얼른 그럴싸하게 사진들 찍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옆에서는 사진 플래시 소리가 워낙 많이 들려 하마터면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깔아줄 뻔 했다.
어디 그뿐인가. 선거 전에는 시민들을 현혹하는 공약들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멀게 했고, 표를 구걸하며 고개 숙이던 배우들이 어느새 '스타'가 되자 주머니에 손 넣고 있다.
분명 선거전과 같은 인물인데 한 달 만에 사람이 이렇게 괴물이 되다니. 알고 보면 극성 팬들이 많은 것일지도. 원래 배우들은 팬들의 응원으로 먹고사니까.
이번 '중기부 이전 논란'이라는 연극도 개봉 전 주목받기에는 성공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을 포함해 지역구 국회의원, 시의회 의원 등 캐스팅 배우들만 보면 대작이었다. 다만 뻔하디뻔한 각본과 비극적 결말은 팬들이 등을 돌릴 명분으로 충분했다.
'중기부 이전 반대' 시위를 하는 정치인이 정작 전자공청회가 언제 하는지도 모르는 의원들까지 있으니 그 연극의 평점은 당 지지율처럼 떨어지는 것 아니겠나.
지역을 대표하는 소위 리더라는 의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적어도 지금은 지역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어떤 이슈에 관해 지역 정치인들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면 언제부턴가 '그러면 그렇지'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사회가 됐다.
어떤 조직에서 신뢰를 얻는 것만큼 대단한 일이 없지만, 반면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한다는 점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민생 챙기기에 목숨 걸겠다고 나선 초심들을 잠깐이나마 기대해 본 필자의 어리석은 잘못이기도 했다. 사실 크게 믿지도 않았지만.
부디 안녕하냐고 묻는다면 그저 숨 쉬는 대로 살아가는 지금 이곳 이 시기에서 역할극이 아닌 그대들의 진실한 모습은 무엇인가. 혹시 그대들의 거울 속 모습은 거듭된 연극에 취해있는 괴물들의 모습은 아닌지.
그대들이 정치하겠다고 처음 다짐했던 그 길목에 있을 테니 초심들을 안주 삼아 술 한잔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 줬으면 한다. 술은 내가 살테니.신가람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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