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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많이 보지만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건 단지 내용만 알게 되지 않을까.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면 영화의 모든 것을 스펀지로 빨아들이 듯 내 마음으로, 머리로 들어온다. 배우의 눈빛, 목소리의 떨림, 희로애락애오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 가서 본다. 서론이 길어졌다. 음악도 그렇다. 수준높은 오디오로 들어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음악 애호가들은 오디오 구입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한다. 시인(맞나?) 김갑수는 고가의 오디오를 구입해 음악 감상실을 따로 마련하고 음악에 심취한다고 했다. 고급 취향의 소유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나는 카세트 라디오로 듣는데. 쩝! 아쉽지만 어쩌겠나.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하늘에서 돈벼락 맞으면 꼭 성능좋은 오디오를 구입해서 음악을 맘껏 듣고 싶을 뿐.
대학교 때 이상우의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듣고 역시 오디오가 좋아야 하는구나 하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어느 해 봄, 강의가 끝나고 친구들과 교내 서점 겸 라운지에 라면 먹으러 갔다. 출입구 옆 공간에 스피커가 있었는데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흘러나왔다. 이상우의 성량 좋은 목소리가 캠퍼스에 꽝꽝 울려 퍼졌다. 티비 음악프로나 라디오에서 듣던 노래가 아니었다. 고막을 찢을 것 같은 노래에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방망이로 가슴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술에 취한 것처럼 정신이 혼미했다. '이제와 후회할 수 없지만 차라리 울어나 볼 것을 세월이 갈수록 안타까워지는 아쉬움이 싫어요'. 클라이막스에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아, 이 노래가 이렇게 좋았나. 새삼 감동의 물결이 몰아쳤다. 이상우는 이상은과 강변가요제에 출전해 이상은은 대상, 이상우는 금상이던가? 하여간 이름도 거의 비슷해 친척인가 했었다. 검은 뿔테 안경에 꺼벙이 같았는데 이 노래로 인해 난 그의 팬이 됐다. 이 노래를 지금도 들으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날의 충격이 되살아난다. 역시 노래는 성능 좋은 스피커로 들어야 해.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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