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
말은 인간을 동물과 구별하여 인간이게 하는 강력한 무기이자 수단이다. 논리는 인간을 설득하여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강력한 연장임에도 불구하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바벨탑을 건설하여 신의 노여움을 사야만 했던 인간은 결국은 통합의 도구인 말의 오남용으로 인하여 분열되고, 합리적이며 정당한 체계를 가장한 논리의 왜곡된 덫에 걸려 파멸로 향할 것인가?
의사소통과 정보의 전달을 생명으로 하는 언어의 기원에 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있으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7,000여개의 현존 언어는 5만년 전 탄생한 호모 사피언스의 원시 언어에서 출발하였다고 하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 되고 있다. 특히 언어의 기원은 불연속적이며 순간 발생적이라는 주장과 연속적이며 점증적 출현이라는 대립적 시각이 있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몸짓과 모음 중심의 원형 언어가 언제 어떤 연유로 비가시적인 무형의 생각과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구성하고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완결된 자연 언어로 발전한 것인가에 관한 의문이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고고학적 증거에서 유추할 수 있는 숙성된 자연언어의 출현과 존재의 시기는 아시아 대륙을 떠나 바다를 가로질러 오스트레일리아에 도달한 5 만년 전의 조상 인류에게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당시 거센 자연의 도전을 극복하고 바다를 건너기 위하여는, 목표 설정을 위한 집단 구성원간의 이해와 동의가 필수적이었으며, 상상할 수 없는 대항해의 위험과 장애요인을 예측하고 대비하고 해결해야 하는 수준 높은 논쟁을 위한 언어 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 이제는 문명 세계의 보통 인간이라면 당연히 누리는 자유로운 언어능력의 습득과 활용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인류문명의 토대가 되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언어의 출현과 통용이 인류문명의 발전과 성숙에 기여하는 순기능과 함께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 인류의 퇴보와 소멸까지도 불러 올 수 있는 심각한 역기능도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야 한다. 그간 인류가 저지른 수많은 만행과 치욕의 역사가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언어의 오용과 왜곡 관련하여, 언어가 가진 본래적이며 근원적인 기능과 역할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재해석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지속 가능한 인류문명의 존속을 위하여는 자연언어의 본래적 기능인 공동체 구성원 간의 소통과 이해증진에 지체없이 몰입하여야 한다, 아울러 억지 논리와 궤변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역기능적 행태는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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