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의사당 설계비 확보와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 대전의료원 설립 확정 등 굵직한 지역 현안 해결은 괄목할 만한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여야 협치의 부재 중소벤처기업부 이전 논란에 따른 지역 갈등 여야 정치인 잇단 구속 등은 오점으로 남았다.
올 총선에서 충청권은 전체 28석 중 민주당이 20석을 차지해 대승을 거뒀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8석에 그쳤다. 이후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피감기관 공사수주 의혹으로 탈당하면서 금강벨트 의석수는 민주 20석, 국힘 7석, 무소속 1석으로 재편됐다.
20대 국회에서 민주 15석, 통합 12석 등 비교적 저울추를 맞추고 있었던 금강벨트의 정치지형은 4·15 총선을 기점으로 진보진영으로 무게 중심이 확연히 기운 것이다.
2017년 대선부터 2018년 지방선거, 2020 총선까지 내리 3연승 한 여권은 충청권에서 사실상 1당 독주시대를 열었고 충청의 미래를 견인하는 무한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지역 정치권의 올해 최대 성과는 세종의사당 설계비 127억 원을 확보한 것이다. 2019~2020년 이미 따낸 바 있는 20억 원을 더해 이와 관련한 예산을 147억 원으로 늘렸다. 내년부터 국제공모와 기본설계에 착수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마련한 것이다.
대전 충남 혁신도시 지정도 충청 여야가 합심해 만든 결과물이다. 지난 2004년 혁신도시 정책 도입 이후 대전과 충남은 인근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이 정책에서 소외돼 역차별을 받아왔다. 이로부터 16년 만인 올 3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 통과로 대전시와 충남도는 전국 10개 혁신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서울과 수도권 공공기관이 이전이 가능해 졌다. 인구유입과 세수확충 등 지역 발전의 획기적인 모멘텀이 됐다는 평가다.
대전의료원이 얼마 전 정부의 예타 면제 결정으로 사실상 설립이 확정된 것도 고무적이다. 앞으로 감염병 대응과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 기대되는 데 지역 정치권의 대정부 설득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올 5월 기초과학 연구분야 핵심시설인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입지로 충북 오창이 선정된 것도 충청 여야 공조의 산물이다.
충청 정치권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기부 이전 논란이 대표적이다. 균형발전 명분을 내세워 현 위치에 존치해야 한다는 대전 정치권과 행정수도 완성을 주장하는 세종 정치권이 대립하면서 충청 정치권 내부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일각에선 향후 지역 현안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충청권 공조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충북 정치 1번지인 청주의 여야 인사가 잇따라 구속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민주당 정정순 의원(청주상당)은 4·15 총선 때 회계부정 등을 저지른 혐의로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은 '라임 펀드' 로비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협치의 부재도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 정가 일각에서 지역 현안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위해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했지만 관심 부족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 9월 행정수도 완성 및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출범한 충청권 민관정 협의회에도 여권 인사만 참여했을 뿐 야권에선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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