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산다는 공통점 하나로 모인 17명의 수필가는 진짜 수필을 쓰고 싶다는 두 번째 공통점을 앞세워 '수필울(회장 박숙자)'을 창립했다. 그리고 1년 여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창간호(도서출판 이화)를 발간하는 경사를 맞았다.
박숙자 수필울 회장은 "대전시민대학 강돈묵 교수의 '나도 수필을 쓸 수 있다'는 수업을 들은 동기다. 46세부터 78세까지 연령도 직업도 다양한 회원들이 모였다"며 "삶에서 기억하고 싶은 부분,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글로 쓰고자 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수필울(蔚)은 큰 뜻을 품고 한 덩어리가 되어 수필의 울타리 안에서 매진하겠다는 의미기도 하다. 창간호 발간은 두터워질 울타리의 시작을 의미한다.
박 회장은 글의 힘은 '치유'와 '희망'이라고 설명했다. 읽는 사람도 위로를 받지만 쓰는 작가도 쓰는 과정 속에서 힐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시대 속 문학이 주는 메시지는 그럼에도 살만하다는 희망을 주는 것에 있다고 믿는다.
박 회장은 "소설과 시만큼 수필도 어려운 장르다. 그래서일까, 수필을 쓰면서도 감동도 느끼고, 마음이 평화로워지면서 앤돌핀도 생기는 것 같다. 수필로 작은 발걸음을 뗀 만큼 수필울과 천천히 인생의 맛을 써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필울 창간호에는 강돈묵 지도교수의 초대수필 2편과 인생의 맛이 담긴 47편의 수필이 실렸다. 회원들의 고향도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다 보니 소재로 삼은 수필의 주제가 다양해 한 장 한 장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필울 작품집은 1년 한 권을 목표로 한다. 작품을 쓰고, 잘 다듬어 '좋은 작품'이라 불려도 무방할 최상의 글을 모으겠다는 의지다. 여기에는 작품을 쓰고 난 뒤 퇴고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 회장의 남다른 철학도 한몫 한다.
박 회장은 "퇴고를 거치는 것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어휘를 바꿔가며 작가의 사유를 넣는 과정"이라며 "짧은 수필이라도 최소 4~5번 퇴고 과정을 거쳐 글을 정제하고 객관성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수필을 읽으면 좋을까라는 물음에 박숙자 회장은 망설임도 없이 "역지사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의 경험을 글로 읽다 보면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삶에도 양지와 음지가 있듯이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의 다양성을 알게 되면서 성숙해지고 폭이 넓어진다. 수필을 통해 삶의 의미, 본질,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음을 느껴보면 좋겠다. 수필울은 잔잔한 삶의 재미가 녹아있다. 독자들도 수필울 속에서 삶의 의지와 활력, 에너지를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수필울 창간호 표지는 심웅택 작가의 '군상2', 제호는 충남대 김선기 명예교수, 삽화는 이덕주 문학평론가의 작품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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