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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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경제사회부 임병안 차장

  • 승인 2020-12-16 13:45
  • 수정 2021-05-06 20:06
  • 신문게재 2020-12-17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임병안 차장
최근 대전지방법원 법정에 선 건설사 대표는 판사가 선고를 낭독하는 동안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또 다른 법정에서는 검사 출신이자 한때는 정당의 시당위원장까지 역임한 한 변호사가 재판에 소환돼 증인석에 서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천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일이었다.

부친 살해혐의를 받는 딸은 피고인석에, 현장을 목격한 어머니는 딸의 주장을 반박하는 증인석에 그리고 방청석에는 돌아가신 이의 아들이자 피의자의 남동생이 초점을 잃은 채 앉아 있는 법정도 있었다.

이들의 한숨과 초점 잃은 눈빛에서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나'라는 한탄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지역 정치인들이 올해 대전지방법원에 피고인으로 출석해 공직을 더는 유지못하는 양형을 받고 있다. 대전시티즌 축구팀에 선수 선발에 개입해 특정인의 자녀를 우대하도록 요구한 시의원, 자신의 팬클럽 회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또 다른 시의원, 동료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개석상에서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의원까지.



대전지법은 이들의 위반 수준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더는 공직을 맡을 수 없는 수준에서 양형을 선고했다. 다행히 이들에게서 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응을 읽을 수 없었다.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거나 사실관계에 오해가 있다는 취지에서 다시 한번 재판을 받아보겠다는 항소를 하고 있다. 법원에서 이뤄지는 여러 공판과 선고를 지켜보며 '공정한 재판'이 소중하다고 깊이 느끼고 있다. 판사의 선고를 귀담아듣고 양형을 수용하든 수용하지 않아 상고하든 모든 과정은 사법체계에서 질서정연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2년 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과 성향을 수집한 문건을 만들고 부당한 인사 조치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법농단 의혹사건이 불거졌다.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연구모임을 와해시키는 대안을 검토하고, 특정 재판에 의견서 형태로 개입하고 거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면서 결국 수사를 거쳐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판사 시절 사법농단 의혹을 세상에 알린 이수진·이탄희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앞으로 재판이 진행될 때 더 많은 현직 법관들이 증인석에서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 103조에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이 법률에 의해 독립하고 심판해 선고하는 공정한 재판을 지킬 수 있도록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 과정에 관심을 가질 일이다.

임병안 경제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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