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대전, '빵'의 도시로만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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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대전, '빵'의 도시로만 남을 것인가.

오희룡 교육과학부장

  • 승인 2020-12-16 15:55
  • 수정 2021-05-01 18:51
  • 신문게재 2020-12-17 1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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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룡 교육과학부장
6070세대에게 대전은 '대전발 0시 50분'의 '대전블루스'로 기억된다. 3040세대에게 '대전'하면 '93대전 엑스포'다.

교과서에서 배운 '교통의 요지', 대덕특구로 대변되는 '과학의 도시'도 '대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의 하나다.

1020세대에게 대전은 '노잼'의 도시이자 '빵'의 도시이다. '대전에 지인이 놀러왔다면?.' 지인이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나중에 '성심당'에 들려 튀김소보로만 사서 들려 보내주면 된단다.

이제는 대전발 0시 50분의 열차는 사라지고, '93대전 엑스포'가 열리던 곳에는 커다란 쇼핑몰 공사가 한창이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였던 옛 명성도 어느덧 몇몇 열차는 지나지도 않는 도시가 됐다.



'과학도시'라는 대전의 자부심도 특구의 지방 분산 정책과 맞물려 빛을 잃은지 오래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뿐 아니라 광주·대구·부산·전북 등 전국에만 5개지역에 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되면서 대덕특구의 집적화도 점차 힘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전체 25개 출연연 가운데 16개가 대덕특구에 있지만 분원이나 산하 센터 등 지역조직 108개 중 대덕 등 대전에 있는 경우는 단 2개에 불과하다.

탈 대덕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12년 국내 유일 국제 선박 검사 기관인 한국선급이 대덕시대를 마감하고 부산으로 본부를 옮기며 충격을 안긴데 이어 지난 2015년에는 국내 유일 과학기술인 경력 개발 기관인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이 충북 오창으로 둥지를 옮겼다. 지난달에는 환경부 산하 화학물질사고 대응 전담 국가 기관인 화학물질안전원이 충북 오송시대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이 대전에서 다른 지역 이전을 논의했거나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탈 대덕화는 속속 진행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도 경북 경주시에 제2 연구원을 조성키로 했다.

문제는 탈대덕화 뿐 아니라 도시전체에 '탈대전'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점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 이전을 놓고 대전이 소란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전정부청사가 청단위 정부부처가 입주해 있는 만큼 정부 부처가 입주해 있는 세종시 이전은 순리라는 입장이지만 혁신도시 지정이라는 기대감을 가진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알려진 중소벤처기업부의 이전 추진은 대전에게 그 만큼 위기감이 얼마나 커다란지를 상징한다.

실제로 최근 몇년새 환경부 산화 화학물질안전원을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지역본부 등이 대전을 떠난데 이어 중기부 세종시 이전 추진에 앞서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물밑에서 세종으로 이전을 추진중으로 알려지는 등 탈 대덕에 이은 탈 대전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제 대전하면 떠오르던 교통의 도시, 과학의 도시의 화려했던 옛 명성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농담처럼 대전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미지는 이제, '빵'이 유일하다.

성심당이 대전의 자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탈 대전 러시속에서 대전이 노잼과 빵의 도시로 남기에는 대전은 여전히 대덕특구라는 자산과 23개 대학(전문대, 캠퍼스 포함), 국토의 중앙, 인근 세종시를 위시해 충청권과 힘을 합쳐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메가경제권을 구성할수 있는 커다란 경쟁력이 있는 도시다.

'빵'의 도시로 만족하지 않고, '빵(0)'의 도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전만의 비전과 미래 먹거리는 필요하다.

대전은 지금 가장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오희룡 교육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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