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본부 송익준 기자 |
때는 2018년 FIFA 러시아월드컵. 신태용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첫 경기 스웨덴전을 앞두고 신 감독은 '트릭'을 팠다.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공격조합을 바꾼 것. 주로 썼던 손흥민-황희찬 조합이 아닌 김신욱-황희찬 투톱을 선보였다. 이어진 세너갈전에선 김신욱-손흥민을 공격진으로 냈다.
큰 경기를 앞둔 대표팀의 공격진 변화는 이례적이었다. 이를 신 감독은 '트릭'이라 했다. 스웨덴 감독도 꽤 골머리를 앓았을 테다. 골 사냥에 나설 한국팀 공격수가 확실치 않으니, 수비전략 세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트릭에 스웨덴은 물론 우리도 걸려버렸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진형 자체를 바꿨다. 손흥민-김신욱-황희찬 스리톱을 출격시켰다. 스웨덴의 허를 찔렀지만, 갑작스런 변화에 대표팀도 적잖이 당황했다. 선수들 간 손발이 맞지 않았고, 진형도 부자연스러웠다. 결국 대표팀은 경기 내내 끌려다니다, 0대1로 졌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의 트릭은 실패했다.
당장 트릭 논란이 일었다. 신 감독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고, 강호 독일을 상대로 쾌승을 거뒀다. 운도 따랐겠지만, 그는 결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수만가지 전략전술을 축구장에 풀어낸 노력이 빛을 본 게 아닐까.
이처럼 축구는 단순 운동을 넘어 '수싸움'이 치열한 경기다. 경기 전엔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경기에선 골을 넣기 위해 준비한 작전을 펼친다. 점유율을 올려 경기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는가 하면 수비라인을 내린 뒤 한 번의 역습으로 골을 노리기도 한다.
그런데 대전은 어떤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를 눌러 앉힐 뚜렷한 전략이 보이질 않는다. 중기부가 세종시 이전을 공식화한 지 약 3개월이 지났다. 당시 세련된 접근을 주문했건만 현실은 암울하다. "서운하다", "섭섭하다" 같은 감정적 대응이 천막농성으로까지 이어졌다. 방법이라곤 정서적 호소뿐이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도 아니다. 중기부 이전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만여명의 동의를 얻는데 그쳤다. 대전시민 1%도 참여하지 않은 셈이다. 균형발전에 역행하고, 대전과 세종은 가깝다는 이유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모르는 건지, 의지가 없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입법활동도 나섰으나, 다른 지역 의원들이 동의해줄진 미지수다. 떼쓰고 어리광만 부리다 공청회까지 왔다. 사실상 마지막 단계다. 공청회를 거친 뒤 이전하지 않은 기관은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대전시나 지역 정치권은 목소리만 높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트릭'이라도 있길 바란다.
서울=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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