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원장. 이성희 기자 |
대전은 철도, 고속도로 등 교통을 기반으로 한 근대도시로 시작해 1973년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서면서 첨단연구도시로 변화했다. 이후 1993년 엑스포를 거치고 2005년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전환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선정되면서 첨단과학기술 기반 혁신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대전을 4차 산업혁명특별시로 육성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대전지역 연구와 혁신 투자의 효과성 제고, 새로운 과학기술 기반 신산업 육성 기획, 지속 가능한 지역혁신 생태계 구축, 미래 기술혁신의 트렌드인 융합혁신의 촉진 전략 등이 필요하다.
이에 대전시는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조직을 만들고, 초대 원장으로 대덕특구에서 기획통으로 알려진 고영주(57)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를 초대원장으로 영입했다. 고 박사를 만나 진흥원의 역할과 '4차산업특별시 대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이 내년 출범을 앞두고 준비가 한창이다. 소개 좀 부탁한다.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은 대전시의 과학기술연구와 혁신 분야 효과성 분석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 과학기술 기반 융합 신산업 육성 기획, 핵심 산업 융합생태계 혁신, 시민참여 사회혁신 과학기술 기획 등 지역 과학기술 혁신 종합 기획 및 네트워크 발전의 싱크탱크 기능을 수행하는 대전시 출연기관이다. 특히 출연연을 포함한 대덕연구개발특구와 대전시 자산을 연계하고 광역권 지방 협력을 확산해 지역주도 과학산업 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새로운 혁신성장 동력을 만드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책임감이 무거울 것 같다.
▲대전시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산업을 육성하고 도시의 미래를 견인하겠다는 전략으로 과학산업국 신설, 과학산업특보 임명, 대전과학산업진흥원 설립 및 과학 부시장제 도입을 추진하는 등 과학기술혁신과 과학산업 발전의 토대를 구축했다. 진흥원은 이러한 구조의 싱크탱크로써 매우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됐다. 기존 혁신지원기관들과의 상생 협력을 확대 강화하고, 대전과 충청의 광역권 협력 전략 추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저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정책기획, 연구전략, 국제협력, 기술사업화, 중소기업지원, 과학문화확산 등의 분야에서 일해왔고 정부출연연구기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중앙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도 관여해왔다. 대전시정에도 2014년 11월 초대 과학부문 명예시장을 맡은 이후 계속해서 대전시 관련 일도 하고 있다. 출연연과 특구, 정부, 대전시의 업무와 정책활동의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대전의 과학산업 중흥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
-5월 설립 이후 조직을 구성 중이다. 조직 운영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원장 공모 절차를 거쳐 3년 임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17일이다. 사무실을 꾸미며 직원을 뽑고 규정을 만들면서 필요한 기획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과학산업진흥원은 한편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획과 전략을 창출하는 일을 잘해야 하고 한편으로 개방형 네트워킹과 연결을 통해 현장 기반의 기획이 되도록 움직여야 한다. 영민한 정책 기획자이자 발로 뛰는 혁신가가 필요하다. 이러한 인재상을 바탕으로 개방형 수평형 조직, 탁월한 기획력과 실행력, 협업의 가치 존중, 실질적인 과학산업 성과, 자유로운 상상력 등 5대 조직문화를 토대로 열린 경영, 사람 중심 경영을 하겠다.
-대전은 '과학도시'로 대덕특구와 대전시의 연계가 중요하다.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 혁신클러스터, 과학비즈니스벨트, 제4차 산업혁명 특별시 정책과 비전은 첨단연구의 지역 연결과 확산을 목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출연연과 카이스트는 국가혁신체계의 중요한 국가적 역할을 맡은 기관이고 대전과 특별히 해야 할 이유가 적다고 여기는 문화가 내재화되어 있다. 상호 작용을 다양한 시범 사업과 공동 기획 등을 통해 확대하면서 문화적 변화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출연연 연구결과의 기술사업화 및 활용 확산 과정에서 대전시가 마중물 역할을 하거나 아예 대전지역 수요와 연계한 연구와 혁신 모델을 출연연과 함께 모색해야 한다. 특구와 대전의 자산을 연결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과 혁신을 창출하는 공동 기획을 지속해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자 살길을 찾아온 산학연과 시민이 모여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새로운 융합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은 새로운 방식의 도전과 기회가 될 것이다.
-대덕특구가 있음에도 대전시민들의 체감은 적은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카이스트가 있지만, 대전의 인재가 아니라 전국의 인재양성이라는 개념으로 성장해왔고, 특구의 기업연구소들은 자신의 기업을 위한 연구개발을 해왔다. 지역의 인재를 채용하거나 시민과 소통하거나 대전시와의 특별한 협업이 필요 없는 구조였다. 그냥 오랫동안 대전의 섬처럼 존재할 수밖에 없던 셈이다. 그런 문화가 내재화돼 여전히 그렇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지역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이 늘어나고 있고 특구의 기술을 대전에 먼저 적용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민참여가 필요하고 리빙랩 방식 등을 통해 지역 커뮤니티와 특구의 전문가들이 만나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또한, 연구단지에서 특구 전환 이후에 많은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연구소 기업들이 지역 기반으로 설립됐고 대부분 지역 인재를 뽑으면서 지역과의 연결고리가 확대되고 있다. 진흥원은 이런 변화를 촉진하는 기획과 사업, 네트워킹에 집중하려고 한다. 3년 후에 엄청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시는 4차 산업특별시 완성을 위해 대덕특구 재창조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핵심은 융합, 지역화, 대전·충청지역과의 연결 및 글로벌화다. 지금까지 특구는 지역에 산학연을 모아놓는 클러스터 개념이었고 각자 할 일을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기술혁신은 융합이고 산학연의 틀을 깨고 융합을 촉진하는 새로운 연구와 혁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대전시가 융합연구혁신센터 공간을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기술혁신의 양상이 국가혁신에서 지역혁신, 시스템에서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출연연도 그것을 느끼고 있고 국가 자산이 출연연을 지역 자산과 연결해서 지역혁신을 촉진하고 그것이 국가의 성장동력이 되는 새로운 경로를 창출하려고 한다. 이와 함께 혁신도시를 특구의 경계에 넣고 더 나아가 대전을 전부 특구화하는 전략으로 가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역혁신은 대전을 넘어 충청의 자산과 연결하고 전국과 세계로 나가 대전을 글로벌 혁신도시의 허브로 만드는 전략이 특구 재창조 기획의 핵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허태정 대전시장과의 인연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
▲제가 한국화학연구원 본부장을 하면서 과학문화 확산 업무도 했다. 자연스럽게 과학문화 대외 활동과 지역 재능 기부 과학문화 커뮤니티 활동도 참여했다. 허 시장님이 유성구청장이던 시정 유성구가 교육과학과를 만들어 과학문화에 많은 공을 들였고 거기 있는 공무원분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많은 교류가 시작됐다. 그때 제가 유성구 과학문화자문위원회 위원장까지 하면서 사실 업무적 인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허 시장 당선 이후에 새로운 대전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특구를 대표하는 연결자로서 인식돼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고 인연이 이어졌다.
- 앞으로 각오 한마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함께 꿈꾸는 대전과학산업의 미래' 제 방에 붙어있는 대전과학산업진흥원의 슬로건이다. 이것이 현실화되도록 저의 책임과 사명을 다 하겠다.
대담=박태구 행정산업부장, 정리=이상문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고영주 원장은… 제주도 출신으로 배명중학교와 한영고등학교를 거쳤고, 서강대에서 화학과 학·석사를 마친 뒤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과학기술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1월 한국화학연구원 연구원으로 임용된 뒤 30여 년 간 연구원과 미래전략본부 본부장, 대외협력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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