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는 인터넷 발달 이후 언제나 있어 왔고 지금도 여전하다. 당근마켓 역시 기존의 중고거래 방식을 분명하게 따른다. 하지만 사뭇 다른점이 있다. 대부분의 거래가 직거래로 이뤄진다는 거다. '당신의 근처에'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하는 거래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만 물건에 대한 탐색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용자 간의 거래를 직거래로 유도한다.
인기에 이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직접 확인하고 사는 물건. 직거래 비율이 극대화되면서 중고거래의 가장 큰 맹점인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익명에 기대 잘못된 물건을 사게 되거나, 아예 물건을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신을 줄여준 거다.
하지만 불신은 예기치 못한 형태로 여전한 것 같다. 물건에 맞춰져 있던 불신이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옮겨간 거다. 판매, 혹은 구매를 위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될 상대에 대한 불안감. 사람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게 새로운 문젯거리가 됐다. 비록 그 사람들이 내 주변에 사는 나의 이웃에 한정돼 있을지라도.
내 친구 역시 책을 구매하러 가면서 몇 마디 걱정들을 던졌다. '이상한 사람인 건 아니겠지', '낮에 만나자고 할걸 그랬나'와 같은. 난 친구의 과도한 걱정을 나무라면서도 조심해서 다녀오란 말을 습관처럼 덧붙였다. 그저 서로의 필요에 책을 사고, 책을 파는 것 뿐인데…. 그러나 그런 생각과는 정반대로, 우린 책 판매자가 선물로 준 음료를 끝내 마시지 못했다.
불신사회다. 어쩌다 보니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의 호의를 자연스럽게 만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회가 됐다. 하지만 10명에 1명은 다시 만날 만큼 좁은 시장인 당근마켓에서조차 사기꾼은 여전히 존재하고, 거래를 위해 주고받은 채팅 속에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면 '불신'이 꼭 막연한 것 같지만도 않다. 내 이웃도 결국 다 믿을 수 없는 타인이고 그렇기에 이유 없는 친절을 의심이 먼저 생긴다는 거다. 어째서 적어도 내 이웃만큼은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는 게 욕심이 되 버린 걸까. 현실과 동떨어진 이런 생각들이 날 씁쓸하게 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유지은 기자 yooj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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