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어느덧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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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어느덧 12월

박승용 용한의원 대표원장

  • 승인 2020-12-10 13:41
  • 신문게재 2020-12-11 19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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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용 원장
아직 첫눈이 오진 않았지만, 조만간 눈이 올 날씨가 된 것 같다.

보통 11월 말쯤엔 송년회나 각종 모임으로 12월 달력에 스케줄 표시하느라 날짜들을 자주 봤었는데 올해는 거의 모든 모임이 취소되거나 아예 일정 자체도 없어서 달력 볼 일도 없는 거 같다. 산타 할아버지도 입국 시에 2주간 자가 격리돼 크리스마스도 ‘코로나마스’로 바뀐다고 농담도 한다. 백신이 나올 거고 치료제도 나름 효과도 있다고 하던데 우리의 일상에선 아직 와 닿지 않는다. 당연히 날씨가 추워지며 코로나가 더 확산돼 사회적 거리두기는 더욱 강화되고 점점 암울하기만 하다.

그래도 뉴스 또는 유튜브를 보던 중 음악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방탄 소년단이다. 몇 년 전 처음 들었을 때는 이름을 이렇게나 B급 감성으로 촌스럽게 짓고 개그돌로 예능 진출을 꿈꾸는 보이그룹인가 했었는데, 지금은 전 세계 음악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덤으로 한국에서는 BTS 병역법도 통과되고 있고.



이 아이들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데뷔 초의 힘든 시기부터 지금까지 자기들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힘들었지만 노력했고, 그 결실을 맺는 과정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는 거 같다.

두 번째는 한국관광 공사의 이날치 밴드다. 요즘은 '범 내려온다'가 최고 히트곡으로 한국 홍보 영상에 협업한 댄스팀인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의 춤을 분석하고 음악에 맞춰 따라 하는 챌린지 동영상이 꽤 많이 올라오는데, 고리타분한 관공서에서 한국 홍보 영상이라고 만든 것이 외국에서부터 대박을 치고 한국에 역수입되듯이 이슈가 됐다. 내가 처음 접했던 건 이 '범 내려온다'가 아니라 '약성가'였다. 비 많이 오던 여름에 인터넷 한의사 카페에서 이 가사를 어떻게 외웠지 라고, 또 한의대 학생 때 음률 붙여 가며 시험 보기 위해 외우던 경혈이나 본초들이 판소리에 있다고 누군가가 올린 동영상.

어느 재즈 카페 같은 배경 음악이 깔리고 '백복령, 사향, 오미자, 회향, 당귀, 천궁, 강활, 목통, 각 한돈에 감초 칠푼이라' 직업적으로 익숙하지만, 그리고 판소리로 부르는 거 같은데 아닌 거 같기도 한.

'일 신맥, 이 조해, 삼 외관, 사 임읍, 육 공손, 칠 후계, 팔 내관, 구 열결, 삼기 붙여 팔문과 좌맥을 풀어주되' 여자 몇 명이 처음엔 처방을 내는 한약재 이름을 그리고 침을 놓는 경혈을 주르르 창을 한다. 전체 동영상 길이가 7분 조금 넘는데 자막 설정을 하고 다시 보기를 해 보았다. 역시 실제 한의원에서 한약 처방 내고, 침놓고, 진맥하고의 전 치료과정이 가사 속에 다 들어 있다. 처음 들어 보는 장르의 판소리라 원래 있었던 건지 아니면 새로이 만든 건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우리가 많이 아는 별주부전 판소리 수궁가중에 있는 '약성가'라는 용왕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 내용으로 원래 있던 판소리였다. 이를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을 잘 섞는 이날치 버전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뉴욕타임즈가 "한국 전통 민요가 글램 록, 디스코, 사이키델릭 아트로 깜짝 놀랄 변신을 시도했다"고 언급한 씽씽 밴드를 만든 영화 음악 감독 출신이 2019년에 조선의 8대 명창 '이 날치'의 이름을 따서 만든 7인조 국악 밴드이다. 그리고 한 두달 지나서 가을에 한국 관광공사의 홍보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서울, 부산, 전주 3편이 몇억 뷰를 외국인이 보고 핫한 댓글들을 올린다는 말을 들었다.

전무후무한 코로나의 시대, 외국 뉴스를 보면 서방 선진국과 옆 나라 일본은 연일 확진자 최고로 찍고 저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까하는 생각이 들게 보도된다. 우리나라도 매번 이번 주가 고비, 2단계, 2.5단계 또 올릴 수도 있다는 정부의 말을 듣고는 있어도 상대적으로 딴 나라보다는 자유롭고 좀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국뽕 패러다임’이 강세인 거 같다. 아니면 나이 들면서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박승용 용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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