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잔칫집에 재를 뿌리는 형국이다. 대전시 민관이 역량을 결집해서 수년간 각고의 투쟁과 노력 끝에 최대현안 중 하나였던 혁신도시 지정을 이끌어 낸 직후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기쁨을 맘껏 누리기도 전에 공식화했으니 말이다.
대전 민·관·정은 다양한 방식으로 중기부의 이전 철회, 잔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몸이 얼어붙는 추위 속에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자발적으로 이전 반대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건의문이 올랐다.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명명백백하다. 우선 국토균형발전이라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에 역행하는 점이다. 중기부가 내세운 갖가지 이전 명분은 이러한 대명제 앞에선 설득력과 당위성이 한 푼의 가치도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사무공간 부족이라는 말은 참으로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대전시가 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차기 대권을 노린다는 정세균 총리와 서울시장 출마를 고려한다는 박영선 장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치적 대망을 품고 있는 것이 맞는다면 더 큰 목소리로 묻고 싶다. 대전시보다 훨씬 시세가 큰 서울시나 대전을 일부분으로 품은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능력이 되는지…. 이런 사소한(?) 사안, 지역의 민의도 제대로 인지하고 못 하고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덧붙여서 특히 중기부가 로또 당첨이라는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을 노린 것이 아닐 길 바란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이 '중기부 이전의 해법'이라는 칼럼<염홍철의 아침단상 1030·중도일보 11월 30일 자 19면>을 통해 제시한 방법에 공감이 간다. 칼럼은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간의 대립이 장기화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전시는 '통 큰 양보-중기부 이전 용인'을 제시하고 '더 큰 배려-동등한 청 단위 부처의 대전 이전'을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필자는 대전시가 먼저 통 큰 양보를 하기 전에 중앙부처가 먼저 더 큰 배려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을이 요구하는 것보단 갑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일의 진행도 수월하고 명분을 살리기에도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
대전시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솔로몬의 해법을 기대한다.
이건우 기자 kka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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