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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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

  • 승인 2020-12-08 10:53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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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1980년대 군사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은 사는 게 비장했다. 불의를 향한 시민들의 저항은 뜨거웠다. 87년 민주화 투쟁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겐 잊을 수 없는 열정의 세기였다. 세상을 사는 목표가 분명했던 것이다. 하여 대학 캠퍼스는 독재타도 시위가 물결을 이뤘고 매캐한 취루탄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강의는 하다말다 하다말다가 일상이었다. 어수선한 나날이었다. 어느날 어느 강의실에서 노래 하나가 울려퍼졌다. '어색해진 짧은 머리를 보여주긴 싫었어 손 흔드는 사람들 속에 그댈 남겨두긴 싫어~.' 김민우의 '입영열차 안에서'였다. 시국이 시끄러워도 남자들은 군대를 가야 했다. 남자들에게 군 입대는 대단한 인생의 경험이었다. 입대를 앞두고 머리가 복잡한 건 말해 뭐하겠는가. 가족과 애인과의 이별, 일상의 단절 뭐 이런 걸로 마음이 착잡할 테니까 말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당시 남학생들은 마치 전장에 나가기 직전처럼 애인에 대한 그리움과 불안감이 뒤섞여 잠 못 이뤘을 것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큰오빠는 군대에 있었다. 초여름이던가. 오빠는 휴가를 나왔다. 며칠 간의 휴가를 끝내고 다시 강원도 철원에 있는 군부대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밥을 먹고 오빠는 내 책가방을 들고 가고 나는 뒤를 졸졸 따라갔다. 무거운 책가방을 오빠가 들어준 것이다. 버스가 왔다. 그땐 학생들이 무지 많아 버스는 항상 터질 것처럼 만원이었다. 오빠는 나에게 책가방을 건네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한 뒤 버스 뒤로 들어갔다. 난 운전기사 바로 뒤에 섰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슬픔이 밀려왔다. 이별은 정말이지 감당하기 힘들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 찼다. 누가 톡 건드리면 물풍선 터지듯 눈에 가득 찬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 눈물을 참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울먹이는 슬픔을 억누르느라 가슴이 뻐근했다. 행여 운전기사가 볼까봐 운전석 위 거울을 봤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들어가면서 멀어져가는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친구들이 눈치 챌까봐 살짝 눈물을 훔쳤다. '입영열차 안에서'를 들으며 그날의 추억이 생각난다. 그렇게 군대 간 오빠를 그리워했던 쬐끄만 중학생이 어느새 50 중반이 됐다. 그리고 큰오빠는, 이 세상에 없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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