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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학교 1학년 때 큰오빠는 군대에 있었다. 초여름이던가. 오빠는 휴가를 나왔다. 며칠 간의 휴가를 끝내고 다시 강원도 철원에 있는 군부대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밥을 먹고 오빠는 내 책가방을 들고 가고 나는 뒤를 졸졸 따라갔다. 무거운 책가방을 오빠가 들어준 것이다. 버스가 왔다. 그땐 학생들이 무지 많아 버스는 항상 터질 것처럼 만원이었다. 오빠는 나에게 책가방을 건네며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한 뒤 버스 뒤로 들어갔다. 난 운전기사 바로 뒤에 섰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슬픔이 밀려왔다. 이별은 정말이지 감당하기 힘들었다. 눈물이 그렁그렁 가득 찼다. 누가 톡 건드리면 물풍선 터지듯 눈에 가득 찬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 눈물을 참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울먹이는 슬픔을 억누르느라 가슴이 뻐근했다. 행여 운전기사가 볼까봐 운전석 위 거울을 봤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로 들어가면서 멀어져가는 버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친구들이 눈치 챌까봐 살짝 눈물을 훔쳤다. '입영열차 안에서'를 들으며 그날의 추억이 생각난다. 그렇게 군대 간 오빠를 그리워했던 쬐끄만 중학생이 어느새 50 중반이 됐다. 그리고 큰오빠는, 이 세상에 없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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