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
항우연 내부의 오랜 갈등은 이미 과학기술계에선 공공연히 알려진 일이다. 전임 원장과 임철호 현 원장과의 갈등은 임기 내내 계속됐다. 2018년 1월 취임한 임 원장은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여러차례 조직 개편을 시도했다. 조직 규모에 비해 방대했던 보직자를 최소화하고 매트릭스 조직이라는 상호 융합·협력이 가능한 형태로 조직을 재편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임 원장이 꽉 쥐고 있는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에 대한 조직개편이나 보직자 인사는 사실상 없다시피 했다. 내부 반발에 이어 과기정통부 장관까지 나서 조직개편을 반대했다. 2018년 10월로 계획돼 있던 1단형 시험발사체 시험발사를 앞두고 4월 조직개편에서 한 차례 미뤄진 조직 개편은 발사 성공 이후에도 불가능했다. 2021년 2월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발사 성공을 위해 조직과 보직자가 유지돼야 한다는 내부의 의견 때문이었다.
임 원장과 전임 원장의 갈등은 사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이었다. 미국 테슬라와 아마존의 CEO 일론 머스크·제프 베조스가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항우연 역시 이에 발맞춘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임 원장의 생각이었다. 1년이 채 남지 않은 한국형발사체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소형발사체·재사용 발사체 등 새로운 발사체와 엔진 개발 등을 전담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했다고 본 것이다. 반면 전임 원장이 버티고 있는 발사체개발본부는 2021년 발사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하고 그 이후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항우연 내 원장이 2명이라는 내부 연구원의 얘기가 조직 개편을 놓고 여실히 증명된 셈이다.
과기정통부의 징계 통보를 놓고 과기계는 술렁인다. 임 원장을 오랜 시간 봐온 한 출연연 기관장 출신 한 인사는 조직 내부 갈등이 이번 사태를 야기했다는 견해다. 상위기관인 과기정통부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이 같은 갈등 봉합을 위해 나섰어야 하는 아쉬움도 내비쳤다. 타 출연연과 달리 큰 시스템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항우연만의 조직 특성에 대해 보다 배려가 필요했다는 시각이다.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항우연 안팎의 갈등과 책임에 얽힌 이들에게 묻고 싶다. 임 원장의 항공우주 인생 50여년이 불명예로 남는 것보다 우리나라 항공우주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 말이다. 임효인 교육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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